노 대통령 자주 논리에 천용택 "철부지 수준 발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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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정부시절 국방장관과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천용택 전 장관은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 단독행사 시기를 한미 양국이 10월 논의키로 한 것과 관련, “2012년에 어떤 상황이 올 줄 알고 이러는 것이냐”며 우려를 나타냈다고 18일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천 전 장관은 인터뷰에서 “끝내 일을 저질렀구나 하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우리가, 우리역사가 길을 잘 못 가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천 전 장관은 이날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시기를 놓고 협상해선 절대 안 된다”며 “작통권을 단독행사 하려면 북핵위기가 풀리고,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없어지는 등의 조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부시가 ‘한반도 안보에 책임을 진다’고 말한데 대해 “말은 말일 뿐”이라며 “우리 정부는 한미방위조약이 있기 때문에 유사시 미군직접 개입이 보장된다고 하지만 조약상 의무만 지고 있는 대통령의 책임과 실제 작전을 책임지는 군 지휘관의 책임감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했다.

천 전 장관은 “대통령은 그때 가서 국익에 맞으면 약속을 지키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며 “역사가 말해준다”, “지휘 책임을 졌을 때 느끼는 책임 의식은 군 생활을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천 전 장관은 “미국이 조약상 의무만 지게 되면 전쟁이 터져도 한 발짝 물러나 여론을 살피며 전략적 판단을 할 것”이라며 “그때는 조약상 의무도 적당히 지키는 방법이 나올 수 있다. 어떤 경우든 미군이 작전 책임을 지고 있는 것 만큼 확실한 방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천 전장관은 “미국은 지금 주일 미군은 물론, 주한미군까지 전략적 유연성을 가지면서 한국에 묶여있는 책임에서 빠져 나갈 찬스다. 한국이 요구하면 (증원군 의무화)약속은 하겠지만 지휘책임을 지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주장하는 자주 논리에 공감하는 사람도 있다는 지적에 천 전 장관은 “이상하게 ‘자주’라는 감정적 용어에 휘말려 있다”며 “우리는 이미 평시 작통권과 국군통수권을 갖고 있어 자주국가다. 다만 전시 지휘통제 차원에서 작통권을 미국과 공동행사하는 것인데 여기에 자주라는 용어를 들이대는 것은 철부지 수준의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천 전 장관은 1991~92년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본부장으로 평시 작전통제권 환수 교섭대표를 했으며 노 대통령이 추진하는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에 우려를 토로해 왔다. 【서울=데일리안/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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