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동포 교육에 20여 년 헌신 … 중국 영주권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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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귀하는 지난 20여년간 중국의 교육 사업 발전에 물심양면으로 크게 이바지 하셨고…."

옌볜(延邊)과학기술대학의 김진경(71.사진)총장이 중국 정부로부터 영구 거주증(영주권)을 받았다. 중국 동포가 많이 사는 옌볜조선족 자치주(州)에서 활동해온 외국인 중 영주권을 받은 사상 두번째 외국인이다. 특히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드문 '자격증' 소유자가 됐다.

17일 중국 옌볜일보에 따르면 김 총장에 대한 영주권 수여식은 12일 옌볜대학 과학기술학원에서 있었다. 이날 중국 공안부를 대신해 옌볜조선족 자치주의 출입국 관리처가 영주권을 김 총장에게 수여했다.

이 자리에서 자치주 출입국 관리처 관계자는 "김 총장께서 20년간 중국의 교육사업 발전을 위해 노력했고, 연변 지역의 사회.경제와 문화 교류 발전에 헌신했다"며 공로를 높게 평가했다.

실제로 김 총장의 옌볜 동포 사랑은 지극했다. 김 총장이 중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85년. 중국 사회과학원의 초청으로 베이징에서 한국 경제학을 강의하면서부터다.

이례적으로 사회과학원 정회원이 된 이후 중국 동포 사회로 눈길을 돌린 것이 87년. 낙후된 동포 사회에 양질의 교육이 가능한 대학을 세워 우수한 인재를 집중 배양한다는 구상에 따라 2년 뒤 대학설립 추진위원회를 만들면서 그의 발걸음은 바빠졌다. 국내외 후원자를 찾아 5년간 중국을 100회 이상 방문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소망교회 곽선희 목사와 신자들의 지원도 대학 설립에 큰 힘이 됐다고 한다.

김 총장의 노력은 93년 9월 옌볜과기대가 개교하면서 결실을 맺는다. 중국이 그동안 대학 설립을 대외에 개방하지 않아 김 총장이 옌볜과기대를 첫 중외(中外)합작 대학으로 탄생시킨 것이다.

총장으로 재직하면서 95년에는 한국어과를 신설했고, 한국 및 유럽 대학들과 학술교류도 활발하게 추진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96년에는 옌지(延吉)시로부터 명예시민으로 위촉됐다.

경남 의령 출신으로 숭실대 철학과를 졸업한 그는 64년 영국 크립턴대학에서 450년 대학 역사상 동양인으로는 처음 박사학위를 받았다. 74년엔 미국 베리안대학에서도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79년 미국으로 이주해 플로리다주(州) 한인 상공회장으로 활동했고 이때 미국 시민증을 땄다.

김 총장의 교육 열정은 이제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됐다는 북한 동포사회로 번져가고 있다. 지난해 평양과기대 설립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것이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창의.협력.봉사를 실천하는 인재가 돼라"며 학생들에게 교육 이념을 강조해왔다.

장세정 기자

*** 바로잡습니다

9월 18일자 27면 '김진경 옌볜과학기술대 총장' 기사 중 '옌지(延志)'의 한자 표기를 '延吉'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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