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회장 자녀, 현대상선 지분매입 배경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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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자녀들이 돌연 현대상선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일부 자녀의 매입 재원 출처가 불분명한데다 그룹측의 해명도 모호해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15일 현정은 회장의 아들인 정영선씨와 장녀 정지이씨, 차녀 정영이씨가 현대상선(18,800원 650 +3.6%) 지분을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와 현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은 종전 32.46%에서 32.50%로 늘어났다.

현대그룹과 현대상선 은 공시 직후 기획총괄본부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정리한 뒤 자세한 내용을 설명하겠다고 했으나 결국 명확한 해명없이 넘어가고 말았다. 이어 그룹 홍보팀은 "특별한 배경은 없으며 보유자금으로 지분을 매입한 것"이라고만 밝혔다. 지분규모도 적고 별다른 의미를 둘 수 없다는 설명이다.

공시 내용만 보면 일단 현회장의 경영권 방어 또는 강화 차원으로 분석될 여지도 있지도 있지만 어떤 자금으로, 왜, 이 시점에 지분을 매입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소득 없는 현회장 아들딸, 자금은?

공시에 따르면 정영선씨와 정영이씨는 이번에 처음으로 현대상선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장내매수를 통해 각각 1만6850주(2억6803만원 어치), 5200주(7421만원 어치)를 사들였다. 이전에 8013주를 갖고 있던 정지이씨는 1만4200주(2억274만원 어치)를 추가로 매입해 총 2만2213주를 보유하게 됐다.

친인척인 변찬중씨도 1만6850주(2억3974만원 어치)를 추가로 사들여 총 보유주식이 4만7671주가 됐다.

관심은 소득이 없는 영선씨와 영이씨가 어떻게 재원을 마련했는지에 쏠릴 수 밖에 없다. 영선씨는 군 대체복무 중이고 영이씨는 미국에서 대학 재학중이다.

현정은 회장 마저 고 정몽헌 회장의 부채를 상속받아 월급의 상당 부분을 빚을 갚는데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선씨와 영이씨가 그럴 만한 돈이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영선, 영이, 지이씨와 변찬중씨는 공시에서 보유예금 등 자기자금으로 취득했다고 설명했다. 현대그룹측은 구체적인 자금출처는 모르지만 재벌가에서 보면 매입금액이 큰 금액이 아니어서 정영선씨나 영이씨의 자금출처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정몽준 의원의 현대중공업(120,500원 500 +0.4%)그룹과의 경영권 분쟁이 소강상태로 접어든 지금 주식을 매입한 것도 궁금증을 자아내기는 마찬가지다.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전인백 사장 등 기획총괄본부 고위층들이 입을 닫고 있는 한 의문은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현회장 부친, 증여세 피하려 장학재단에 증여

현정은씨의 부친인 현영원씨는 현대상선 주식 162만2892주를 재단법인 영문에 매각했다. 재단법인 영문은 현영원씨와 현회장의 모친인 김문희 여사가 지난해 설립한 장학재단이다.

재계에서는 고령인 현영원씨가 지분을 직접적으로 현회장이나 외손자들에게 넘기지 않고 재단법인에 넘긴 것은 증여세 문제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즉 현회장과 그 자녀들이 증여세를 낼 경우 현대상선 지분 추가 매입이나 추후의 상속과정 등에서 자금이 부족해질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이를 피하면서 지분을 유지할수 있는 방법으로 재단법인 증여를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다.

이에대해 현대그룹측은 김문희 여사가 용문학원 이사장으로 오랫동안 교육계에 있었기 때문에 장학재단에 증여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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