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뉴타운 공사비, 판교보다 평당 18만 ̄90만원 비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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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양가 논란을 빚고 있는 은평뉴타운 건축비가 판교신도시 중대형 아파트보다 평당 18만 ̄90만원 정도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고 매일경제신문이 16일 보도했다.이에 따라 시행사인 SH공사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분양가를 너무 높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사비 판교보다 비싸다= 은평뉴타운 평균 분양가는 41평형 1391만원, 53평형 1500만원, 65평형 1523만원이며 토지비를 제외한 공사비(세금 포함)는 각각 600만원, 628만원, 630만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판교 38 ̄68평형 중대형 아파트는 토지비를 제외한 공사비가 블록별로 540만 ̄582만원에 그쳐 은평뉴타운보다 18만 ̄90만원 정도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교 중대형에는 은평뉴타운보다 작은 평수인 38평형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판교보다 공사비가 비싼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은평뉴타운이 공사비는 판교보다 비싸면서도 마감재와 내부 시설 수준이 판교에 비해 떨어진다는 게 건설업계 중론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판교는 '부촌'이라는 키워드, 은평은 '뉴타운 선두주자'라는 상징성이 있어 마감재 수준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평 모델하우스 방문객 사이에서는 "판교보다 못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SH공사는 "발코니 확장형으로 모델하우스를 바꿔 재개장할 예정"이라며 "고객 불만이 수그러들 것"이라고 말했다.

◇SH공사 해명 급급= SH공사는 은평뉴타운 분양가 책정시 서울시 협의와 시장 보고를 마쳤다며 '원가 수준 분양가'라는 점을 애써 강조하고 있다.

고분양가 논란에 대해 SH공사는 "대형 업체 중심으로 턴키 입찰을 실시했고 판교보다 우수한 외장재와 마감재를 사용했기 때문에 공사비가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사 관계자는 또 "쓰레기 수송관로와 첨단 자원회수시설 설치, 유비쿼터스 기술을 통한 정보화 도시 구현 등으로 기반시설 비용 부담이 많다는 점도 고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판교도 현대 대우 대림 금호 등 대형 건설사들이 턴키입찰을 통해 시공사로 선정됐으며 마감재 수준이 은평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판교에도 첨단 자원회수 시설과 유비쿼터스 시설 등 우수 기반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SH공사가 군색한 변병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다만 용적률이 140%로 판교(160%)보다 낮아 가구당 건축비가 높고, 경사지가 적어 지하주차장 건설비용이 많이 든다는 주장은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 "입찰 경쟁이 약했다"= 두 지역 실제 건설원가에는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게 건설업계 중론이다. 그런데도 공사비가 다른 것은 '은평이 판교보다 입찰 경쟁이 약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두 곳 입찰에 모두 참여했던 한 건설사 관계자는 "판교는 강남에 버금가는 부촌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큰 지역이라 건설사들이 시공을 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 입찰 단가가 하락했지만 은평은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판교 시행사인 주택공사가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공사금액 항목을 꼼꼼히 따지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도 한몫 했다"고 덧붙였다.

◇주변 집값 올리려나= 은평뉴타운 분양이 다가오면서 불광동 등 인근 지역 아파트값은 지난 8월부터 조금씩 오르는 모습이다. 불광동 미성아파트 35평형은 8월 들어 740만원 오른 3억3250만원 정도에서 시세가 형성됐다.

최근에는 은평뉴타운이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이면서 이 지역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여 호가를 더욱 높이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불광동 L공인 관계자는 "은평뉴타운 시세가 높게 나와 이 지역 집값이 오르면 올랐지 최소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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