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깊이읽기] 미국과 무역협상, 일본은 이렇게…관료가 업계 대표에 큰절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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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한창 줄다리기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협상을 지켜보면서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궁금증을 풀어 준다. 도쿄대 교수인 지은이가 대미 통상협상에는 이골이 난 일본의 사례를 분석해 우리에게도 유용한 대응전략을 제시했다. "일본은 미국과 협상 때 '안전보장의 우산'을 전제로 했었기 때문에 경제분야에서는 양보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탈냉전 뒤 이런 인식이 낮아져 협상이 훨씬 복잡해졌고, 타협하기도 그만큼 어려워졌다"(268쪽). 이 대목은 현재 진행 중인 한.미 FTA협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은이는 시대별로 미국의 통상압력 패턴도 분석했다. 1980년대는 자유무역을 내세웠지만, 90년대 후반부터는 통계자료와 여론을 근거로 상호평등주의를 앞세운다는 것이다.

비록 딱딱한 논문 형식으로 엮어졌지만 책에는 예기치 못한 상황 등 협상 뒷얘기도 많다. 79년~81년 벌인 대미 자동차 수출 규제 협상 때의 일화는 곱씹어 볼 만하다. 대미 협상이 난항을 겪자 일본 정부 관료는 자동차공업협회 대표와 비밀회동을 했다. 통산성 심의관이 양보를 부탁하며 방바닥에 이마를 조아리자 이에 감복한 자동차업계가 나서 실마리를 풀었다.

한.미 FTA는 협상 품목만 1만1000개로 단순하게 주고받기식으로만 풀 수 없는 구조다. 미국의 협상전략이나 속내를 제대로 알고 싶은 이들에게 권한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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