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의 휴먼골프 <22> 제프리 존스 이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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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우리나라 사람들 정말 골프 잘 칩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골프장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골프를 시작했으니까 구력은 오래됐는데 최저타 기록은 78타입니다."

얼마 전 제프리 존스 재단법인 '미래의 동반자' 이사장과 남촌CC에서 라운드했다. 변호사 출신인 그는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을 역임했고 방송 출연이나 언론 인터뷰를 많이 해서 우리에게 무척 익숙한 인물이다. 그가 말하는 '우리나라'는 모두 한국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화끈합니다." "우리나라 음식이 최고죠."

휴대전화 컬러링은 국악이고, 김치찌개를 좋아하고, 생맥주 안주도 멸치를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서 입맛에 딱 맞는다고 한다. 그리고 공이 잘못 맞으면 "오 마이 갓"이 아니라 "정말 미치겠네"를 연발한다.

외모만 서양인이지 문화적으로는 완전한 한국인이다.

그는 1971년 한국에 처음 왔다. 35년 동안 한국의 가장 큰 변화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첫째는 가난한 나라가 부자나라가 된 것이고 둘째는 남존여비 사회가 여인천하로 바뀐 거죠."

그런데 한국인들은 이걸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 골프장과 미국 골프장의 차이를 물어보았다. "미국 골프장은 그냥 운동하는 곳이고 우리나라 골프장은 사교하는 곳이죠."

체면과 품위 유지에 신경을 쓰니까 골프 웨어도 좋은 걸 입어야 하고 골프채도 명품 브랜드를 선호하고 클럽하우스도 호화롭게 꾸민다는 것이다. 그는 당당한 체구를 활용해서 장타를 날린다. 드라이브샷 비거리는 약 250야드다. 그런데 이 공이 언덕으로도 가고 연못으로도 빠진다. "정말 미치겠네"를 몇 번 반복하더니 후반 홀에서는 내기를 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내기를 안 하면 집중이 안 돼요."

모두 배꼽을 잡고 웃었지만 나는 그의 예리한 문화적 통찰력과 유머 감각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그는 한국 골프문화를 잘 파악해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냈다. '제프리 존스 장학후원 프로암 대회'를 매년 개최하는 것이다. 올해 벌써 5회째인데 기업가.연예인.프로선수 등 40여 팀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고 여기서 모금된 수억원은 모두 장학금으로 사용되고 있다. 재단법인 '미래의 동반자'는 기금을 모아 장학사업을 하는 곳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때 학비를 못내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들을 보고 결심했습니다. 그때 우리나라에 진출해 있거나 처음 진출하는 외국기업들에 사회공헌을 하라고 설득해 기금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의 원 포인트 레슨=골프에는 문화적 코드가 있다.

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부총장.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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