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70년대 애잔한 삶이 낡은 사진첩처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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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2005년 1월부터 2006년 8월까지 미디어 다음에 연재됐던 이 인터넷 만화는 짤막하고 코믹한 그림으로만 알려진 정연식이라는 작가의 새로운 역량을 보여준다. 서로 친구가 된 모범생과 폭력배가 한 여인을 두고 사랑놀음을 벌인다는 이 뻔한 기본 설정은 그러나, 당시의 시대상과 학생운동과 서민의 애잔한 삶이 맞물려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변주된다. 그 이야기의 실타래를 풀어 나가는 작가의 능력은 녹록지 않다. CF감독 출신답게 정교한 연출과 치밀한 구성, 반전의 계기를 이끌어 내는 곳곳의 단초 등이 돋보인다.

함박눈 내리는 날 옥상 위에서 바이올린을 켜는 엄마를 넋 놓고 바라보는 꼬마 여자아이의 표정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다.

만화OST라는 시도 역시 눈길을 끈다. 만화라는 시각적 이미지에 어울리는 청각적 효과를 주기 위해 '안치환과 자유'출신의 왕명진씨와 함께 곡과 가사를 만들었다. 3권으로 된 세트를 구입하면 얻을 수 있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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