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큰 BRICs 4개국 경제·군사 위해 뭉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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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인구와 시장을 무기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브릭스 4국(중국.인도.러시아.브라질)이 서로 밀착하고 있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가 11일 38년 만에 브라질 방문에 나섰다. 7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G8(주요 8개국) 정상회의에서는 중국.러시아.인도가 사상 첫 3국 공동 정상회담을 열었다. 경제는 물론 외교.군사 분야에서도 협력해 서로 국익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다.

중국과 인도에 이어 지난해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은 한국을 추월했다. 고유가 바람을 타고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러시아도 올해 우리나라를 제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한국은 오랜 맹방인 미국과 소원해지고, 인접한 일본과는 정치.사회적 이슈로 삐걱거리고 있다.

◆ '힘 모아 경제대국 되자'=싱 인도 총리는 이날 나흘 일정으로 브라질에 도착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2004년 1월 인도를 방문했었다. 싱 총리는 12일 룰라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통상 확대와 에너지 분야의 대규모 투자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다. 과학기술.농업.관광 등에서도 협력을 다지는 성명을 채택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인도는 이미 국영석유회사인 ONGC 비데시를 통해 브라질 유전에 14억 달러(약 1조3400억원)를 투자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브라질 일간지 폴랴 데 상파울루는 "2004년 중국과의 정상회담 이후 중국 기업들이 브라질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듯이 이번 회담을 계기로 인도 기업들의 잇따른 투자가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 '미래는 우리 것'=브릭스 4국 간 협력 강화는 세계 경제의 새로운 축이 되겠다는 열망을 담고 있다. 그중에서도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이 눈길을 끈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올 3월 베이징과 7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각각 정상회담을 열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다졌다. 두 나라는 지난해 8월 처음으로 실시한 합동 군사훈련을 연례화해 올 가을에 두 번째 훈련을 할 예정이다.

중국은 인도와의 거리도 좁히고 있다. 후 주석은 11월 인도를 방문할 계획이다. 양국 정상은 오래된 국경분쟁을 해결하고 경제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프라납 무케르지 인도 국방장관은 11일 콜카타대 세미나에서 "중국과의 우호.선린관계는 인도의 최우선 정책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인도와 러시아 정상은 지난 7월 에너지와 과학기술 분야에서 폭넓게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 외톨이 한국=동맹을 강화하고 넓혀나가야 할 마당에 한국은 거꾸로다. 반세기를 넘은 한.미 동맹은 노무현 정부가 '자주 외교'를 주장하면서 흔들리고 있다. 야스쿠니와 독도 문제에 발목이 잡히면서 대일 외교의 생산성도 떨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두었던 중국과는 동북공정 문제로 틀어지고 있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은 여당 의원 13명이 포함된 국회의원 23명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청구하며 제동을 걸고 있다.

강병철 기자

◆ 브릭스(BRICs)=브라질(B).러시아(R).인도(I).중국(C)의 영문 첫 글자를 하나씩 따 만든 말이다. 4개국은 많은 인구와 풍부한 지하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세계경제의 엔진 역할을 할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이들 국가의 인구를 합치면 세계 인구의 40%가 넘는 27억 명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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