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의료 관광 대국' 꿈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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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인도가 높은 의료 수준과 저렴한 비용을 무기로 의료관광 대국을 꿈꾸고 있다. 인도 정부는 2010년 의료관광객 100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1년짜리 장기 의료비자를 발급하는가 하면 의료기관 품질 향상을 유도할 인증제도를 도입하고, 의료 엑스포를 여는 등 국가 차원의 대규모 홍보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 일부 대형 병원은 환자 10%가 외국인=AP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의 암비카 소니 관광장관은 9일 열린 인도산업연맹과 인도보건연맹이 공동주최한 한 행사에서 "인도의 의료관광 산업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며 "2010년에는 전 세계에서 환자들을 유치해 연간 100억 루피(약 2조1000억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 15만 명이던 외국인 환자는 2005년 20만 명으로 늘었다.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병원과 메이요 클리닉 등과 제휴하면서 델리 등 인도 전역에 38개의 병원 체인을 운영하고 있는 아폴로 병원(Apollo Hospitals)의 경우 전체 환자의 10% 정도를 외국인으로 채울 정도다.

인도 병원들은 지금까지는 의료시설이 충분치 않은 중동과 아시아의 부유층을 주고객으로 삼았지만 앞으로는 지나치게 비싼 의료비로 고민하는 미국과 유럽 중산층으로 시장을 넓힐 태세다.

◆ 미국의 10% 수준인 낮은 비용이 매력=인도 병원이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싼 비용으로 선진국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비가 미국의 10%, 영국의 15% 수준이다. 의료진과 영어가 잘 통하는 것도 장점이다. 요가.명상.아유르베다 치료법 등 전통 자연요법도 옵션으로 이용할 수 있어 구미를 당긴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 말 외무.관광.철도.민간항공사 등 각 부처 담당자들로 구성된 의료관광 특별팀을 구성해 1년짜리 장기 의료비자 발급과 국가병원인증제를 비롯한 다양한 진흥책들을 내놨다. 몇몇 병원들은 공항에서 외국인 환자들을 구급차로 수송하는 에스코트 서비스를 도입했다. 인도 의료관광시장이 커지자 아랍에미리트(UAE) 항공은 10월 말부터 두바이~방갈로르 직항로를 주 8회 신설하기로 했다.

◆ 미국 의료계는 떠나려는 환자 잡기 비상=미국 병원들은 높은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태국과 인도.싱가포르 등지로 떠나려는 환자를 잡기 위해 자구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고 AFP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최근엔 일부 미국 기업이 직원 정기검진을 외국 의료기관에 맡기는 '의료 해외 아웃소싱'까지 생기자 미 병원들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세인트 마틴 메디컬 센터 등 3개 병원은 최근 영어를 잘 못하는 이민자 환자를 끌어오기 위해 진료실과 통역실을 연결하는 TV회의용 자동통역시스템을 설치하는 등 서비스를 강화했다. 이 시스템은 스페인어.캄보디아어.힌두어 등 26개 국어를 통역할 수 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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