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대통령 정책특보 "당이 개혁 뒷받침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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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통령은 인기에 초연했으나 당은 그렇지 못해 손발이 안 맞았다.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해졌다. 국민은 개혁피로증이 아니라 개혁의 일관성이 없는 데 더 실망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과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을 지낸 이정우(사진) 경북대 교수가 10일 이렇게 주장하며 열린우리당을 비판했다. 열린우리당 신기남 전 의장이 주도하는 '신진보연대' 정기총회에서다. 이 교수는 열린우리당이 정부의 개혁정책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후퇴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노 대통령 정책특보다.

이에 열린우리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아직도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격했다.

다음은 이 교수 주장의 요지.

▶최초의 비우파 정부="현재 정부는 우파에게선 '무능, 아마추어리즘, 좌파, 민족주의'라 공격받고 좌파로부턴 '신자유주의, 프로그램 없음' 등으로 비판받는다. 그러나 진실은 좌도 우도 아닌 중도정부란 거다. 좌파로 오인받는 이유는 최초의 비우파 정부이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이 위원회를 공격="과거 정부에서도 개혁정책이 있었으나 개혁 마스터 플랜 부재, 개혁추진 세력 미약, 인기영합주의 등의 이유로 중도하차하거나 변질됐다. 노무현 정부 들어선 각종 위원회가 개혁 추진세력으로 등장해 우리 시대의 사림파가 될 수 있었으나 보수언론과 야당뿐 아니라 여당까지도 위원회 총공격에 나서 결국 위원회가 후퇴했다."

강연이 끝나자 신기남 전 의장이 이 교수에게 "정부가 원칙대로 잘하고 있다고 했는데 과연 집행도 제대로 됐느냐"며 "이 실장이 청와대에서 배제된 것도 청와대가 갈팡질팡하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이 교수는 "오늘은 소이부답(笑而不答.웃기만 하고 답하지 않음)하겠다"고 했다.

◆ "5.31 민심 아직도 몰라"=열린우리당 의장 비서실장인 이계안 의원은 "이 교수의 말을 들으니 아직도 5.31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단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은 "개혁을 계속 추진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국민이 민생 개혁이 아닌 다른 개혁에 피로증을 느끼는 건 명백하다"고 말했다. 민병두 홍보기획위원장은 "당이 정부의 개혁정책 중 어떤 부분을 도와주지 않았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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