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추호도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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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맹자'에 나오는 가을의 동물 털끝, '추호지말(秋毫之末)'은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추호의' '추호도' 등의 형태에 대개 '없다' '않다'의 부정어가 뒤따라 "그의 말에는 추호의 거짓도 없음이 밝혀졌다" "나의 결심은 추호도 흔들리지 않는다"와 같이 쓰인다.

가을이 되면 동물들은 성긴 여름털을 벗고 촘촘한 겨울털로 갈아입는데 새로 나는 털은 여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추호(秋毫)'는 가을에 짐승의 털이 가늘다는 뜻으로 아주 적은 것을 비유하는 데 쓰이게 됐다. '추호도 없다'는 가느다란 털 하나조차 없을 만큼 조금도 없음을 강조하는 말이다.

호말(毫末), 즉 '털끝'도 비슷한 표현이다. "그럴 생각은 털끝만치도 없었는데 가을이 깊어지면 릴케의 시처럼 읽고 쓰며 잠자지 않고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매게 된다"처럼 사용한다.

이은희 기자

▶ 자료제공 : 중앙일보 어문연구소
▶ 홈페이지 : (http://www.joins.com/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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