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경호역전 마라톤|청소년 건각이 펼치는 「꿈의 무대」|한국마라톤의 예비스타 발굴해온 20년 발자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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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세계제패를 꿈꾸는 한국마라톤 예비주역들의 의지와 도전의 장(장) 경호역전마라톤대회 (중앙일보사·대한육상경기연맹 공동주최)가 올해로 20회째, 성년을 맞았다.
71년 「마라톤중흥」의 기치를 내걸고 출범, 20년의 나이테를 아로새기는 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고 마라톤 새싹들을 북돋워온 경호역전대회는 청소년 건각들에게 도전과 가능성을 심어주는 꿈의 무대였다.
특히 한국마라톤이 침체를 거듭하던 70년대 초반 한국마라톤의 예비스타들이 남녘의 화신 (화신)을 가슴에 안고 반도 1천3백리를 종주해 수백만 연도주민에게 마라톤정신을 일깨워줌으로써 마라톤인구의 저변확대에도 지대한 공헌을 했다.
경호역전이 갖는 특별한 성격은 자라나는 묘목들인 중·고교 재학생들만이 출전, 시·도대항전으로 치러져 단순한 경쟁차원을 넘어 「한국마라톤 중흥」이라는 민족적염원속에 한국마라톤발전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데 있다.
이 때문에 경호역전은 젊음과 패기에 넘치는 「내일의 건각」들에게 더할나위없는 훈련무대를 제공함으로써 한국마라톤 발전의 밑거름이 돼왔다.
20개 성상(성상)을 거치면서 배출한 스타 또한 적지 않다.
문흥주(문흥주·당시 조대부고)를 비롯, 박원근(박원근·충남대성고) 박경덕(박경덕·경기대헌공고) 김양곤(김양곤·전주상고) 김종윤(김종윤·전북영생고) 정만화(정만화·배문고) 이홍렬(이홍렬·충남대성고) 등 이루 헤아릴수 없을 정도.
특히 한낱 벽촌의 야생마에 지나지 않던 문흥주는 72년 2회대회 최우수선수로 뽑힌뒤 일취월장, 2년뒤인 74년엔 한국신기록(2시간16분15초)을 수립해 한국마라톤의 선두주자로 각광받았으며 이홍렬은 10년뒤인 84년 동아마라톤에서 마(마)의 15분 벽을 깨며 한국신으로 우승(2시간14분59초), 「마라톤 한국」의 대(대)를 이었다.
또 김양곤은 82년 뉴델리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 「마라톤한국」의 성가를 드높였고 86년 조일마라톤대회에서 우승한 이춘근(이춘근·전남서석고) 채홍낙(채홍낙·대구영남고) 최진혁(최진혁·충남계룡고)등도 경호역전의 화려한 레이스무대를 수놓았던 걸출한 스타로 꼽힌다.
경호역전은 또 1천3백리 대장정의 각축 속에서 단 몇초차로 승부가 판가름나는 숨막히는 드라마를 연출, 영원히 기억될 명승부전으로도 유명하다.
경북·충남·경기가 3파전을 벌인 79년 제9회 대회에서 경북은 28시간7분44초로 경기의 3연패 도전을 단 5초차로 저지, 감격의 우승을 거머쥐는 환희를 만끽했던 것. 막판 레이스에서 실패, 준우승에 머무른 경기로서는 뼈저린 아픔이었다.
4일간의 레이스를 펼치는 동안 선두가 네차례나 뒤바뀐 76년 제6회 대회때의 충남·경기의 숨가쁜 선두쟁탈전도 팀관계자는 물론 심판·운영요원들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한 멋진 승부로 14년이 지난 지금까지 생생하게 기억되고 있다.
멀고 험한 마라톤의 길을 인고와 투지로 개척해 온지 20년, 경호역전은 한국마라톤이 세계를 제패하는 그날까지 마라톤중흥의 선구자적 역할을 수행해낼 것이 틀림없다. <유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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