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물생심이 죄”(촛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제 아들은 그동안 타일공수련을 열심히 해 올봄에는 번듯한 기술자가 됩니다. 일순간 견물생심으로 죄를 저질렀으나 잘못을 뉘우치고 있으니 아들의 장래를 생각해 개과천선의 기회를 주십시요.』
길에서 주운 10만원짜리 수표로 술값을 지불하려다 점유이탈물횡령혐의로 22일 구속된 이은규군(22)의 어머니 이진순씨(47)는 관할서인 마포경찰서앞으로 「아들에게 개과천선의 기회」를 줄 것을 호소하는 탄원서를 보냈다.
이군은 20일 새벽 귀가길에 만리동 고가육교밑에서 주운 빨간색 여자용 지갑속에 들어있던 수표로 근처 맥주집에서 술을 마시고 수표뒷면에 가짜이름과 주소를 적어 술값을 내려다 김군의 거동을 수상히 여긴 주인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주운게 아니라 훔쳤을 것」이란 의심을 받고있는 막내아들을 위해 이씨는 이렇게 썼다.
『아들의 수입은 매달 60만원이 넘어 5백만원짜리 적금까지 넣고 있습니다. 남편도 목수일을 하고 큰 아이도 타일공이어서 우리집은 그런대로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지법 서부지원 김상호판사는 「구속은 너무 가혹한 조치」라는 일부 시각에 대해 몇가지 판단근거를 밝혔다.
『이군은 고교2년때 시계1개를 훔쳐 1개월간 옥살이 한 전과경력이 있습니다. 또 본인은 수표를 주었다고 하지만 수표취득 경위가 믿기어렵고 설령 수표를 주웠다하더라도 이를 신고하지 않고 사용한 것을 위법입니다.』
벌을 주기위해서가 아니라 남의 물건을 탐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주기위해 고심끝에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 김판사의 구속영장을 발부의 변이었다.<김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