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사건」방영 노사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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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제주도 4·3사건을 내용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의 방송여부를 놓고 노사 견해가 맞서 KBS가 진통을 겪고있다.
KBS는 당초 역사현장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되짚어 보는 1TV『역사탐험』에서 8·15해방 이후 정부수립까지의 해방공간을 재조명하는 3부작『해방과 분단』시리즈를 제작, 지난8일부터 방송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KBS 경영진은 이 프로의 방송계획이 홍보된 직후 시리즈1부에서 제주도 4·3사건만을 다룬 자체부터 문제가 많다며 방송불가를 결정, 3주째 급히 제작된 다른 프로로 대체했고 이에 일선 PD와 노조측이 반발하고 나서게 된것.
노사대표 5명씩 참여하는 공정방송위원회는 지난 16, 20일 두 차례에 걸쳐 이 프로에 대해 논의를 벌였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으며 23일 노사협의회를 통한 최종협상을 남겨놓고 있다.
회사측은『「해방과 분단」시리즈가 원래 45∼48년 해방공간의 혼란한 좌우대립양상과 분단의 아픔을 겪게되는 원인과 배경을 총체적으로 다루는 것으로 기획되었으나 제작한 PD가 임의로 계획을 바꿔 제주도 4·3사건만 크게 부각시켜 문제가 됐다』며 방송불가를 결정했다. 회사측은 또『시리즈 1부「아 ! 제주도」에서 역사학계에서도 논란이 많은 제주도 4 · 3사건을 ▲너무 감정적 차원에서 다뤘고 ▲여러가지 역사적 고증부분과 ▲당시 피해자들의 증언 등이 물의를 일으킬 소지가 크다』며 방송불가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노조측은 『해방당시 가장 중요한 사건중의 하나였던 4·3사건을 소재로 했다는 것만으로 방송을 취소 하는것은 명백한 제작권 침해』라며『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프로그램을 재검토해 부분 수정할 용의도 있으나 경영진 측이 프로그램 기획 자체를 없애려는 것은 5공회귀적인탄압』이라며 반발하고있다.
KBS 장한성 TV 본부장은 이에 대해 『제주도4·3사건은 전문학자들도 평가가 엇갈리는 미묘한 문제』라고 전제하고『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만들어 이 프로그램 제작을 장기적으로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방송불가 의사를 명백히 했다.
이 프로를 제작한 전형택PD는『수개월 전부터 기획되었고 이미 인쇄매체에서 충분히 다루어진 부분을 근거로 제작된 이 프로를 막판에 방송치 못하게 하는 것은 이해할수 없다』고 말했다. < 채규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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