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아코카,다시 적자와 씨름(해외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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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크라이슬러사 작년 4ㆍ4분기 결손 6억불 넘어/새차 개발 투자부족 소비자로부터 외면 당해
리 아이아코카회장에 의해 「기적의 회생」을 이룩했던 미 크라이슬러사가 다시 침체의 늪으로 빠져드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크라이슬러사는 최근 발표한 89년 4ㆍ4분기 결산에서 6억6천4백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이는 7년만의 최악의 기록이다.
작년 전체로는 3억5천9백만달러 흑자지만 이 또한 88년(10억5천만달러) 보다는 흑자폭이 크게 줄었다.
아이아코카회장은 『결산내용이 실망스럽지만 생산경비 절감과 품질개선을 통해 일제차와 더욱 격심한 경쟁이 벌어질 90년대에 대응할 준비를 갖췄다』고 자신감을 보였지만 그 자신감에 회의적인 반응들이 많다.
아이아코카회장의 설명으로는 4ㆍ4분기 적자의 요인은 공장폐쇄 등에 따른 일시적인 특별손실 5억7천7백만달러에 주로 기인하고 또 동사의 우주ㆍ항공부문기업인 걸프스트림 에어로스페이스사를 8억2천만달러에 매각,재무구조를 개선시킬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크라이슬러의 실적악화는 무엇보다 새로운 차종개발을 위한 연구개발등 기업의 장래를 좌우하는 전략부문에의 투자부족으로 히트작을 내지 못하고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기 때문이라는 보다 본질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게 미 관련업계와 시장분석가들의 평가고 보면 문제는 심각하다. 지난해 크라이슬러의 승용차와 트럭을 합친 미국내 판매대수는 2백만4천여대로 전년비 20만4천대가 줄었다.
종업원들도 이같은 침체분위기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일시 해고된 노동자들은 『낡은 설비로 일제차에 맞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경영진을 맹공하고 있다.
크라이슬러는 판매부진에 맞서 아이아코카회장이 컬럼비아영화사와 록펠러빌딩 앞에 서서 『그들(일본인)이 이것을 사들였다』고 말하고 다시 크라이슬러본사 앞에서 『그들이 이것을 사들이지는 못할 것』이라고 얘기하는 TV광고로 애국심에까지 호소하는 광고계획을 짜고도 있지만 개발력에 약점이 있는 한 장래는 결코 밝지 못하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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