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공·주공 '독점이익' 법으로 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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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양가 논란이 일고 있는 판교 신도시 청약접수 현장에 신청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판교 신도시 청약은 연기를 거듭하는 진통 끝에 지난달 30일 시작됐다. [중앙포토]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는 안정적으로 주택과 토지를 공급하기 위해 설립한 기관이다. 그런 기관들이 부동산 값 폭등 논란의 한복판에 있다. 한때는 '땅 장사' 소리까지 들었다. 토공.주공은 신도시 건설은 물론 100만 호의 국민 임대주택을 싼값에 지어 공급한다. 민간 부문이 할 수 없는 공적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토공.주공이 좀체 이런 잡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택지조성촉진에 관한 법률(택촉법)'을 울타리로 한 개발연대식 독점사업의 구태를 벗지 못한 데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 '원가+α'의 독점 가격 구조=토공.주공은 토지 수용 단계부터 막강한 무기를 갖고 있다. 택촉법이 보장하는 토지수용권이 그것이다. 택촉법은 전두환 정권 시절(1981년) 대량 택지 조성을 위해 만들어졌다. 사업을 신속히 진행시켜 주택보급률(현재 105%)을 높인 공로도 있지만 경쟁 질서를 해치는 등 부작용이 많아 국회에서 '폐기론'(열린우리당 이강래 의원)도 나오고 있다.

택촉법에 의할 경우 토공은 손해 볼 일이 없다. 토공 마음대로 땅값을 매길 수 있기 때문이다. 땅을 산 가격과 상관 없이 시세에 따라 토공이 값을 정할 수 있는 '원가+α'의 독점적 구조 덕분이다. 그러다 보니 굳이 원가 절감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 비싸게 땅을 사면 비싸게 되팔면 되기 때문이다.

토공의 토지 보상비를 놓고 "끝까지 협상에서 버틸수록 보상비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토공.주공이 판교신도시 사업을 진행하면서 토지 수용비로 푼 돈은 약 3조1000억원. 공시지가보다 실제 보상한 가격 비율이 수도권 다른 지역보다 최고 두 배가량 높은 데도 있었다. 이 때문에 "토공의 토지 보상비는 협상 횟수가 많아질수록 올라가는 식"(한나라당 정희수 의원, 2005년 국감)이란 비판도 나왔다.

◆ 조 단위 개발 이익 남길 듯=쉽게 이익을 남길 수 있는 환경 속에서 토공은 정부의 공기업 경영평가 때마다 늘 선두권을 유지해 왔다. 올해는 1위, 지난해는 3위였다. 토공이 판교에서 얼마의 수익을 올렸는지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경실련 10조원, 민주당 이낙연 의원 2조원, 토공은 1012억원이라고 주장)을 오간다. 그러나 토공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큰 이익을 본 것은 사실이다.

토공이 판교 주민에게 사들일 때의 땅값은 평당 평균 112만원. 여기에 도로 등 기반 시설을 짓느라 들어간 비용을 합한 택지공급 원가는 평당 743만원이다. 이를 건설사에 되판 가격은 평당 900만~1000만원. 평당 200만원 정도의 이익이 떨어진다.

민간에 공급된 판교 택지가 100만 평 정도이므로 약 2조원이 토공 등의 이익으로 추산된다. 토공 관계자는 판교 택지의 원가와 공급가가 높게 책정된 데 대해 "유상비율(전체 택지 중 공원.공공용지 등을 제외하고 건설업체 등에 팔 수 있는 땅)이 다른 지구에 비해 크게 적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토공.주공이 '버블세븐' 집값 공인해 준 셈=판교에서 풀린 토지 보상비가 몰리면서 올랐던 강남 등의 부동산 가격은 다시 판교 분양가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정부가 분당 아파트 시세의 90%를 판교신도시 분양가 책정 기준으로 삼으면서, 판교 분양가를 올려놓은 것이다. 정부가 분당 아파트 시세의 90%라며 공개한 판교 중대형 아파트 분양가는 1800만원. 정부 스스로 분당 중대형 아파트 시세를 평당 2000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으로 공인해 준 셈이다.

◆ 잇따른 국책사업에 허리 휘는 토공.주공=노무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혁신도시 건설, 국민임대주택 100만 호 건설 등 주요 국책 사업은 토공과 주공을 빼고 하기 어렵다. 토공과 주공이 땅을 수용해 각종 사업부지로 만들어 놓아야만 공공건물이든 집이든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최근 주공의 법정자본금을 8조원에서 15조원으로, 토공은 5조원에서 15조원으로 늘리기까지 했다. 현재는 이익을 내고 있지만 국책사업이 눈더미처럼 쌓이면서 이대로 놔뒀다간 두 회사의 경영상태가 나빠질 것을 우려한 것이다.

탐사기획 부문=강민석.김은하.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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