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교생 수학·과학경시입상자 5개국 연수|˝「과학두뇌」 뿌린대로 거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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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프랑스·서독·스위스·스웨덴·헝가리등 유럽의 영재교육 모범국가 5개국 과학영재교육은 조기에 영재를 발굴, 학생들에게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탐구능력을 길러주어 과학적 사고세계를 몸에 배게하는데 중점을 두고있다.
이들 국가 모두가 초·중·고·대학에서 우수교원과 연구실·첨단실험실습기자재등을 확보해 실험과 개인연구과제경험을 충분히 쌓아 이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창의적으로 개발할수 있는 과학두뇌를 양성하고 있음을 쉽게 발견했다.
과중한 입시부담과 투자부실로 심화학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과학교육현실과 크게 비교돼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우리가 견학한 6개의 대학과 4개의 연구소는 오랜 역사와 전통, 그리고 정부와 공공단체·기업체등의 과감하고 일관성있는 지원·육성으로 한결같이 국가발전과 「인류의 복지증진」을 위해 과학기술을 연구·개발하는 고급두뇌를 양성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었다.
아울러 이들 대학과 연구소는 별개가 아니라 하나의 공통체를 이뤄 대학에서의 연구는 연구소와 공동으로 추진하고 학생들도 언제든지 연구소를 찾아가 연구원들과 함께 공동연구를 하고있다.
특히 조기영재교육 성격을 띠고 있는 프랑스의 리세, 서독과 스위스의 김나지움등은 수학·물리·화학등 기초과학부분을 집중 교육시켜 이들을 대학과 연구소에 연결, 대학과 연구소에서 양성한 고급두뇌인 기술인력을 각 산업현장에 공급하는 산·학연계가 이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번 연수중 감명 깊었던 곳은 파리의 사이트 과학·산업센터.
그곳에는 기초적인 과학실험장치 또는 최근에 발명된 첨단과학 교실을 꾸며놓고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실험을 할수 있도록 되어있다.
이제 과학교육은 학교만의 점유물이 아니다.
프랑스는 이 센터를 통해 일반 국민들도 과학에 대해 흥미를 갖게 하고 첨단과학이 어떤 것이며 무엇을 하는가를 가르쳐주고 있다.
센터 내부에는 수학을 다루는 부분을 비롯, 물리·화학·생물·유전공학·천문학·우주공학·해양학 등을 따로 구분해 교사들이 학생들을 데리고 가 설명을 곁들여 직접 실험을 할수 있게 짜여져 있다. 이것이 과학의 산교육이며 국민모두에게 평생과학교육을 시키는 장임을 확인했다.
『경제발전은 어느 수준에 이르면 현학교체제로는 발전에 필요한 적절한 인력공급이 어려워진다. 즉 고급두뇌나 첨단과학자를 통한 과학기술의 창조적 개발없이는 고도산업사회·정보화사회를 자력으로 꾸며 나갈수 없다. 때문에 과학영재의 발굴과 교육을 위한 재정적 지원과 제도마련에 국가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야한다』고 강조했던 프랑스 고등사범학교 (ENS) 한 노교수의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이 과학자는 또 『유럽 선진국 대부분이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재정적 지원으로 특수학교 설치와 일반학교내에 능력그룹조직, 교외영재교육센터(연구소)설립 등 다양한 방법으로 영재교육을 착실히 추진하고 있다』며 『심지어 나이지리아·짐바브웨 같은 아프리카국가에서까지 영재교육이 활발한 실정임을 주목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행히 우리도 과학 및 수학에 뛰어난 학생들에게 적절한 교육을 실시해 적성과 능력을 최대한 개발시켜 우수과학자로 키우기 위해 과학고등학교를 설립, 전과목 평균 90점이상의 학생들을 모아 조기영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연수동안 우리의 영재들이 유럽의 대학과 연구소·고등학교연구실험실에서 첨단기자재를 볼 때마다 『교과서에서 이름만 배웠던 실험기구를 직접 보니 실감이 나고 이같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느며 성취동기를 털어놓았다.
선진국들의 과학교육 동향이 이러할진대 현재의 상태로도 상당한 수준의 격차가 있는 우리가 그들 나라수준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선진국들의 노력을 훨씬 능가하는 집중적이고 과감한 국가적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가 10년, 20년을 내다본 장기적 계획을 갖고 기초과학에서부터 첨단과학에 이르기까지 양보다는 질에 우선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언젠가 우리도 서독·스위스·프랑스등 선진국과 어깨를 겨룰수 있는 날이 오고야 말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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