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재촉' 미국에 힘 실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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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유엔 안보리가 16일 이라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한 것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안팎으로 당면한 고민을 해결하는 데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우선 한국을 포함한 우방들에 이라크 파병을 재촉할 명분이 생겼다. 부시 대통령은 17~23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과 아시아.태평양 6개국 순방에서 이 점을 집중적으로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이번 주말 방콕에서 열리는 APEC 각료회의에서 한국.일본.태국.필리핀 등의 외무장관들과 잇따라 접촉해 파병과 관련한 입장을 조율한다.

파월 장관은 "결의안 채택은 미국의 이라크 추가 파병 논의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현재 이라크 파병 여부의 결정을 앞두고 있는 관련국들과 접촉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은 오는 23~24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이라크 재건 공여국 회의에서 안보리 결의안을 들이밀면서 각국의 지원을 강력히 요청할 수 있게 됐다.

국내적으로도 부시 행정부는 거액의 이라크 지출법안을 의회에서 일단 승인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당초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주둔 .재건 비용으로 8백70억달러를 요구했을 때 의회 지도자들은 "지출법안을 꼼꼼히 따지겠다"며 반발했다.

그러나 미 상원은 이날 8백70억달러 중 2백3억달러의 재건 지원금 절반을 무상 지원에서 차관으로 바꾸는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안이 최종 통과되면 다른 나라들도 이라크에 무상지원이 아닌 차관 제공을 주장할 빌미가 남게 돼 재건의 속도를 더디게 할 수도 있다.

부시 행정부는 미국민의 기대감을 너무 높이지는 않으려는 눈치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유엔 결의가 파병국들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결의안 통과로 큰 고비 하나는 넘었지만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은 많이 남아 있는 셈이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 바로잡습니다

10월 18일자 15면 "파병 재촉, 미국에 힘실려"기사 중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인도네시아 발리가 아닌 태국 방콕에서 열리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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