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서출신 부친의 꿈 이룬 『파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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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일요일 낮 세계 링 계를 흔들어놓은 무명의 제임스 더글러스는 누구인가.
타이슨의 스파링파트너였다 현재는 더글러스의 파트너를 하고있는 프레드 휘트커만이 더글러스의 승리를 장담했을 뿐 더글러스 자신도 예견치 못한 동경의 이변은 복싱사에 남을만하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이날「링의 쿠데타」는 무하마드 알리가 지난 64년2월 소니 리스턴을 7회 KO로 누르고 헤비급타이틀을 따낸 이래 26년만에 『사각의 정글에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철칙을 또 한번 입증한 셈이다.
더글러스는 당초 도전 예정자인 WBA 4위 도너번 루독 (캐나다)이 폐렴을 앓아 대신 도전의 행운을 잡은 것.
특히 더글러스는 최근 오랫동안 병을 앓아오던 부인과 별거, 백혈병환자인 아들(11세)과 함께 살고 있는 데다 수년 전에는 동생이 권총사고로 숨졌으며 지난달 18일 어머니가 죽는 등 겹치는 가정적 불행 속에 명예와 함께 엄청난 부가 약속된 챔피언에 오르게돼 감격이 더욱 크다.
프로복서출신인 아버지 빌리 더글러스는 10년째 시청직원으로 근근이 생활을 꾸려왔다.
현역 시절「다이너마이트」란 링네임을 가진 빌리는 지난 73년에는 WBA미들급 8위까지 올랐으나 세계타이틀에는 도전조차 해보지 못했다.
아들의 링네임「파괴자」도 자신이 못 이룬 꿈을 이루어 줄 것을 바라며 지어준 것이다.
1m93cm의 장신인 더글러스는 고교시절 농구선수로 캔자스대학의 장학생으로 선발될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10세 때부터 복싱도 시작, 농구선수를 하면서도 90전 가량의 아마복서로 활약해 패배를 모를 정도.
마침내 대학2년을 마친 81년5월 농구에 한계를 느낀 그는 프로에 데뷔, 3회KO승을 장식했다. 이후 5년간 무명선수로 지낸 더글러스는 86년1월 전WBA챔피언 그레그 페이지에게 판정승, 세계랭킹에 겨우 올랐다.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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