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이착륙기 21세기 교통수단으로 각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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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환상의 수직이착륙비행기 「V-22오스프레이」기의 개발을 놓고 세계 항공업계는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미국에서 지난83년부터 개발에 착수, 현재 완성단계에 있는 V-22기는 헬리콥터와 비행기의 장점을 살려 제작됐다.
즉 이륙이나 착륙할 때는 양날개에 달린 2개의 프로펠러가 하늘을향해 헬리콥터와 같이 수직이착륙이 가능하고 공중에 뜬 후에는 프로펠러의 위치가 나가는 방향쪽으로 변환돼 비행기처럼 전진하게 된다.
헬리콥터와 비행기 혼합형태의 기종은 지난51년 미해군에서「헬리벡터」기를 선보인 이후 몇개가 개발됐지만 V-22는 지금까지 나온 수직이착륙기 가운데 성능이 가장 우수하다.
일반 헬리콥터나 경비행기의 경우 최대시속이 2백∼4백km인 반면 V-22는 시속 630km를 돌파할 수 있어 1.5∼3배이상 빠르다. 또 최대탑승인원이 40명이나 돼 중형수송기로 적합하다.
비행기동체는 기존의 알루미늄보다 강하고 가벼운 탄소섬유로 돼 있어 헬리콥터에서 비행기로 변환될 때 동체에 가해지는 무리한 힘을 견딜수 있다.
V-22와 비슷한 형태의 비행기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개발 경쟁이 한창 진행중인데 영국·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서독·일본등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V-22를 개발하고 있는 미국현지회사인 벨사와 보잉사에 연구팀을 파견, V-22의 핵심기술을 이전받으려 하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도 V-22같은 수직이착륙기의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과기처는 21세기 교통기술개발계획의 하나로 올해부터 12년간 5백60억원을투입, 도시에서 비행가능한 수직이착륙기를 개발한다는 것이다.
대도시와 위성도시간의 근거리 항공교통수단으로 이용될 한국형 V-22는 시속 2백50∼4백50km 목표로 하고 있으며 탑승인원은 50∼70명.
한편 현재 민간 여객수송용으로 활용을 검토중인 V-22는 원래는 군사용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80년 이란의 수도 테헤란 미대사관에 억류돼 있는 미국인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미카터행정부는 구출특공대를 이란으로 보낸 일이 있다.
그러나 특공대가 타고가던 헬리콥터가 가는도중 고장나 중간급유를 위해 대기하고 있던 비행기와 충돌해 전원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더 빠르고 비행거리가 긴 수직이착륙 수송기가 필요했고 이때 나온 것이 V-22였다.
이같이 인질구출용으로 개발된 V-22는 그후 인질구출작전에 적합한 다른 헬리콥터가 개발됨에 따라 민간교통 수단으로 활용을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즉 활주로가 필요 없으므로 교통이 혼잡한 도시 한가운데에서 이착륙이 가능하기 때문에 도시와 도시를 연결, 왕복운행하는 고급 교통수단으로 활용가치가 크다.
현재 미국에서는 V-22의 항공교통수단 이용여부를 놓고 열띤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엄청난 개발비와 제작비를 투입해 V-22를 무리하게 생산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추가 개발비용만도 2억5천만달러 (1천7백억원) 가 넘고 대당 제작비가 2천2백만달러 (1백50억원), 시간당 유지비가 8백35달러 (56만7천8백원) 에 달하기 때문.
찬성론자들은 비용은 많이 들지만 2000년대 교통수단으로 V-22와 같은 근거리 항공교통수단이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한다.<이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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