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배당금 줄어든 덕 '반짝 상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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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올 2분기 국민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국민총소득(GNI)이 1분기에 비해 1.4% 증가했다. 금액으론 171조9000억원이다. 1분기엔 169조5000억원이었다. 이는 같은 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인 0.8%를 0.6%포인트 웃도는 것이다. 실질 GNI 증가율이 실질 GDP 상승률보다 높게 나온 것은 2003년 3분기(GNI 증가율 2.1%, GDP 성장률 1.4%) 이후 11개 분기 만이다.

한국은행은 1일 이 같은 내용의 '2분기 국민소득(잠정)'을 발표하고 "교역조건의 악화를 불러온 반도체 가격 하락과 유가 급등이 2분기 들어 진정세를 보인 게 GNI의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또 외국인 투자자에게 내준 배당금 지급액이 2분기에 크게 줄어든 것도 GNI의 성장에 한몫했다고 덧붙였다. GNI의 증가는 국민이 쓸 수 있는 돈이 그만큼 늘어났음을 뜻하므로 이 같은 증가세가 꾸준히 유지되면 체감 경기도 살아날 수 있다. 하지만 2분기의 '반짝 증가세'를 체감경기의 호전으로 연결짓는 건 무리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삼성경제연구소 김범식 선임 연구원은 "유가와 환율의 변동성이 여전히 큰 만큼 GNI 증가세가 이어질지는 3, 4분기 교역 여건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 엇갈리는 전망=한은은 그간 둘쭉날쭉했던 GNI가 2분기를 기점으로 완만하게나마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보도 이날 "내년엔 GDP가 좀 떨어져도 체감경기와 직결되는 GNI는 오히려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GNI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유가와 반도체 가격의 움직임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말 국제 유가는(미 WTI 기준) 4개월 만에 배럴당 7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또 상반기 내내 추락을 거듭해 온 반도체 가격은 최근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 들어 4월 중순까지 반토막 났던 2기가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최근 소폭 반등세로 돌아섰으며 DDR메모리(512메가)도 이달 들어 5달러 초반 선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분기 지표만으로 GNI의 추세적 반등을 점치기엔 이르다는 시각이 더 우세하다. 환율 등 GNI에 큰 영향을 주는 변수가 완전히 안정을 되찾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국제유가의 경우 언제 다시 뛸지 모르는 상황이다.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는 외국인 배당금도 변수다. 해외 배당금은 2001년 1조2051억원에서 올 초엔 4조1617억원으로 5년 새 3.5배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외국인 배당금 지급이 몰리는 내년 1분기엔 GNI가 다시 뒷걸음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경계해야 할 착시 현상=GNI가 늘었다고 해도 곧바로 생산 활동이나 고용 창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한은 국민소득팀 김승철 차장은 "GNI 증가세에 의존해 현 경제상황을 파악할 경우 생산활동이나 고용 등 경제동향 판단에 오류를 빚을 수도 있다"며 "경제활동 수준의 변동을 파악하는 데는 실질 GDP를 활용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향후 GDP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해외에선 내년도 한국의 GDP 성장률 전망이 잇따라 하향 조정되고 있다. 1일 골드먼 삭스는 당초 4.75%에서 4%로 낮췄다. 이에 앞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도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4%대로 예상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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