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감사 다툼' 자존심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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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합동감사를 둘러싼 서울시와 행정자치부의 '대치'가 1일로 5일째다. 지난달 28일 경찰력을 동원하면서까지 서울시를 압박했던 행자부는 이날까지 매일 감사 담당 공무원을 서울시에 내보냈다. 서울시가 감사장을 제공하지 않자 이들은 을지로에 있는 시청 별관 5동 5층 감사관실을 할 일 없이 지키다 돌아가는 일을 반복했다. 서울시 감사관은 사무실을 비우고 이들을 피해다니고 있다.

서울시.행자부 두 기관 간 유례 없는 분란은 연초부터 예고됐다. 2월 행자부가 서울시 종합감사 계획을 밝히자 서울시는 곧바로 "감사원 종합감사를 해마다 받는 마당에 정부합동감사는 중복감사며, 따라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논쟁은 정치권으로도 번졌다. 잠잠하던 중복감사 논란은 8월 11일 행자부가 '예정대로 9월 감사 실시' 입장을 밝히면서 다시 살아났다.

서울시가 연기 요청 공문을 보내자(14일), 행자부는 안 된다고 회신했고(17일), 이에 서울시는 아예 감사를 철회해 줄 것을 요청했다(18일).

행자부는 30일 다시 공문을 보내 정부합동감사(9월 14~29일) 기간과 겹치는 9월 감사원 감사를 뒤로 미뤘으니 감사를 받을 것을 종용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여전히 이달 중 정부합동감사는 받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6급 이하 인사를 끝내야 하고 시의회도 열리는 등 감사 말고도 할 일이 산더미라는 것이다.

서울시는 합동감사반이 저인망식으로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다. 실제로 합동감사반이 요청한 200여 건의 자료 중에는 최근 2년간 지방세 과세 자료 같은 것도 들어 있다. 2004~2005년 강남구의 지방세 과세 건수만 700만 건에 육박한다. 서울시가 내야 할 자료가 몇 천만 쪽이 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행자부 김기식 지방감사팀장은 "인사 같은 일상적인 업무 때문에 감사를 연기해 달라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방대한 자료 제출에 대해서도 위법 가능성을 따지기 위한 것이라며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제 두 기관의 '감사 다툼'은 자존심 싸움으로 번졌다. 마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힘겨루기를 하는 것처럼 비치기도 한다. 막무가내식 뻗치기로 행정력을 낭비하는 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성숙한 대화와 타협의 역량이 아쉽다.

신준봉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