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는 신생 민주주의 국가다/세계 민주화 운동에 동참길 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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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공산당 특권 포기… 정치ㆍ도덕적 손실 극복
소련의 반관영 노보스티 통신은 7일 폐막된 소련 공산당 중앙위 총회와 관련,소련 공산당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으며 이는 당이 세계 민주화운동에 동참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라고 보도했다. 노보스티 통신은 이번 중앙위에서 개혁세력의 승리를 높이 평가하고 보수세력에 대해서는 비판을 가했으며 고르바초프를 중심으로한 개혁세력을 「민주세력」이라고 표현,눈길을 끌고 있다. 다음은 노보스티 통신이 중앙일보에 보내온 비야체슬라프 코스티코프 기자의 「페레스트로이카의 새전환」이란 해설기사의 요지다.<편집자주>
【노보스티=본사특약】 소련 공산당은 소련내 민주지향파와 보수파간에 공개적인 격돌이 발생하고 사회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페레스트로이카(개혁)의 절대절명의 순간에 민주주의를 향해 더욱 전진할 것을 재천명했다.
고르바초프 당서기장은 페레스트로이카가 시작된 이래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일지도 모르는 당중앙위 총회에서 소련 정치 및 경제개혁에 무거운 짐이 돼온 도그마로부터 단호하게 결별할 것을 요구했다.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차기 당대회에 대비해 당강령의 기본 개정 골자를 제시함으로써 당의 신속한 민주화와 소련사회 및 당내의 민주세력을 결속케하는데 청신호를 제공했다.
소련사회에서 당의 지도적 역할을 공식화하고 있는 소련 헌법 제6조는 지난 수개월 동안 뜨거운 논쟁의 초점이 돼왔다.
실제로 현재까지 소련 정치체제에서 유일 당인 공산당은 그 위치가 위태로운 상태에 있다.
새 당강령은 다음과 같은 대답을 제공하고 있다. 즉 소련 역사상 최초로 당 최고인사가 지난 70년동안 정치적 및 이념적으로 단일 정당체제를 유지해온 소련에서 다당제의 허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불과 수년전만 해도 단일정당 체제를 비판하는 사람은 국가의 기초를 뒤흔드는 반체제 인물로 지목받아 형을 선고받거나 추방당했을 것이다.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소련 공산당은 사회의 정치적 선도자로 역할을 수행해야 되지만 기필코 「민주주의적으로 승인된 세력」이 돼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는 다시 말해 공산당은 민주적 헌법 구조속에서,그리고 「어느 단계」에선가 등장할 다른 정당 및 대중 운동과의 형평을 가진 대화 속에서 지도적 위치에 서길 원한다는 것이다.
당강령은 헌법에 의해 자의적 역할을 해온 소련 공산당은 정치적ㆍ헌법적 특권을 포기함으로써 민주국가에 걸맞도록 정치적 위치를 격상케 한다는 내용을 담고있다.
정당으로 생동력을 회복한 소련 공산당은 인류문명 발전을 돕는다는 측면에서 전세계의 민주세력과 협력할 준비를 갖추게 될 것이다.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결국 정치적 종파주의 시대에 작별을 고했으며 이에 따라 소련 공산당은 다른 민주운동과 뜻을 함께할 것을 원하고 이데올로기적ㆍ정치적으로 사회민주주의자들과 불화관계를 청산했다.
소련 공산당은 타세계와 격리된 지정학적 고립을 가져온 이데올로기 장벽에 의해 시각이 제한적이었던 세계발전 과정에 대한 과거의 한물간 견해를 거부하고 있다. 이같은 낡은 견해는 사회주의 국가들을 세계의 다른 국가들로부터 고립시켰던 것이다.
이같은 급선회는 위기에 처한 공산당의 당내 발전의 결과이거나 중앙위 총회 전야에 있었던 전례없는 대중시위로 인한 외부압력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생각할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정치와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난 2년간 소련국민이 보아온 민주지향파와 보수파간의 정치적 균형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수세력은 더욱 공격적이 되고 있으며 지난 수개월간 사회 및 소수민족간 긴장을 구실로 페레스트로이카의 수정을 기도하고 있다.
그러나 당은 이같은 기도에 굴복하지 않고 자체 생동력 회복노력과 소련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박차를 가해왔다.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의도는 ▲상층부 권력구조의 세력간 연대를 변화시키고 ▲당중앙위의 숫자를 반감하며 ▲당 서열에 진취적 성향의 노동자 및 농부출신의 인물을 추가하고 ▲선거에 의해 선출된 당기구를 통상 무력화시켜온 당조직을 과감히 개혁한다는 것 등이다.
당중앙위 첫날 가장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것은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대통령제 도입을 제안했던 것이다. 이 문제는 언론 및 사회 각계층에서 논쟁을 벌여온 것으로 반대자도 있었고 찬성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에 대한 최종 결정은 소련 최고회의에 달려 있다.
당중앙위에서 채택한 강령들은 소련의 정치적 긴장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되며 다른 국내사정도 안정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당은 5년전 페레스트로이카를 시작했으나 지금까지 너무나 오랫동안 지지부진한 상태를 게속해왔다. 개혁의 비능동성으로 인해 소련의 정치적ㆍ도덕적 손실은 극심했다. 이제 이같은 손실은 모두 끝났다. 소련의 신생 민주주의는 스스로가 보수세력보다 훨씬 강함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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