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위엔 "법안 유리하게" 청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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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사행성 성인 오락게임 비리와 관련해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와 영상물등급위원회 소속 일부 관계자의 범죄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게임기 제조업체와 상품권 발행업체의 로비가 이들에게 집중됐었다는 진술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 문광위는 관련 법률의 제정이나 개정을 비롯해 문화관광부 등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곳이어서 관련 업체의 로비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 "문광위 통한 로비 시도"=검찰은 김문희 전 수석전문위원의 출국금지 배경에 대해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 지정과 관련된 첩보 때문"이라고 밝혔다. 입법고시 출신의 김씨는 국회 사무처를 비롯해 재경위에서 전문위원 등을 지낸 뒤 2004년 8월부터 문광위에 소속됐다. 김씨는 주요 정책의 점검과 관련 법안의 최종 검토 의견을 제시하는 등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지난달 말 사표를 냈다.

김씨는 지난해 4월 열린우리당 강혜숙 의원 등이 낸 경품용 상품권 폐지 법안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으며, 지난해 12월 해당 법안은 자동 폐기됐다. 이에 검찰은 김씨가 특정 업체나 문광위 소속 국회의원 등의 청탁을 받았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검찰은 국회의원 보좌관인 K씨 등도 수사 대상에 올렸다.

검찰은 게임.상품권 업계의 로비 창구로 알려진 김민석 한컴산 회장과 김용환 안다미로 대표 등의 관계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김씨와 이들이 직접 관련이 없다"고 밝혀 또 다른 업계 관계자의 로비 가능성을 내비쳤다. 검찰은 관련 업체들이 문광위 인사들을 통해 문화관광부나 한국게임산업개발원 등에 로비를 벌인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 "영등위 심사 관련 잡음"=검찰은 일부 영등위 위원들이 게임업체 등의 로비를 받았다는 단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지난달 30일 압수수색한 김모 전 영등위 위원 역시 현재 게임업체인 Y사를 운영하고 있다. 김씨는 한컴산 김민석 회장과 테마파크 사업 등을 함께 논의했을 정도여서 김씨를 통해 업계의 요구가 영등위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김씨 외에도 서너 명의 영등위 위원들에 대한 로비 의혹을 조사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사가 영등위 심의위원에 포함됐을 정도로 영등위가 로비에 취약한 구조"라고 말했다. 검찰은 일부 위원이 심의 과정을 주도하면 내용을 잘 모르는 나머지 위원들이 따라가는 식의 졸속 심사도 많았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김종문.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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