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내전” 민주캄보디아 총리 손산(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베트남인 물러나야 문제 해결/크메르루주에 문호개방 필요
『내전 10년의 캄보디아는 현재 진행중인 훈센 정부와 크메르 인민민족해방전선(KPNLF) 등과의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남북한과 같은 분단의 비극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한국 문화재단 주최의 「세계평화를 위한 정상회의」 참가차 방한중인 손 산 민주캄보디아 총리는 2일 캄보디아 주둔 베트남군의 완전철수와 친베트남 훈센 정부의 양보만이 캄보디아의 장래 비극을 예방할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손산 총리는 지난 79년 KPNLF를 창설,현재까지 시아누크공ㆍ크메르 루주와 더불어 훈센정권에 대항,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캄보디아 반정부 세력의 주요 지도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다음은 손산 총리와의 일문일답.
―캄보디아 주둔 베트남군이 지난해 9월 완전철수한 것이 사실인가.
『그것은 가시적인 군대만의 철수일 뿐이다.
캄보디아에는 군에서 제대한 베트남인 20만명이 잔류,재ㆍ관계의 요직을 두루 차지하고 있어 베트남의 지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16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유엔관리하의 자유총선 실시등 16개항에 합의했다. 훈센 정부와 민주연합 사이의 협상은 어디까지 진전되고 있는가.
『우리는 유엔결정에 전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훈센정부는 애초부터 정통성이 없다. 훈센정부가 자신들의 관리하에 총선을 실시하려는 것은 선거조작을 통해 유엔ㆍ국민으로부터 정통성을 인정받으려는 수작이다.』
―1백만명의 동족을 학살한 크메르루주도 장래 캄보디아 새정부에서 연정 구성에 참여할수 있는가.
『크메르루주는 물론 잘못을 저질렀다. 그러나 정치적ㆍ평화적 해결을 위해선 그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크메르루주는 사실상 군사적 해결을 더 원하고 있다. 그들을 고립시킬 경우 명분을 부여,내전은 계속되고 결국 군사력이 막강한 크메르루주가 곧 프놈펜을 함락시킬 위험이 있다.』
―크메르 루주가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대학살을 재현할 가능성은 없는가.
『그것은 기우다. 그때와는 달리 다른 3파의 견제가 있고 유엔평화유지군이 이를 용서치 않을 것이다.』
―귀하는 반공주의자로 알려져 있는데 공산주의자인 크메르 루주와 연합전선을 펴는 이유는.
『이념은 달리하지만 「외적」의 침입에 대해 모든 캄보디아인이 단결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베트남군 주둔 당시 캄보디아 사정은 어떠했는가.
『세계가 크메르 루주의 대학살은 아직도 분노하면서 베트남군의 만행은 잘 모르고 있다. 그들은 84∼86년 수십만 캄보디아인들을 광산ㆍ변경지대로 끌고가 다리를 마구 자르는등 온갖 만행을 저질렀다.』
―현재의 캄보디아 경제 상황은.
『캄보디아엔 아예 경제가 없다. 베트남은 고무ㆍ생선등 모든 물자를 빼앗아갔다. 서방 한 통신을 보면 소련ㆍ베트남이 훈센 정부에 무상으로 무기를 공급했다고 하는데 이는 전혀 거짓말이다. 훈센은 대가로 많은 물자를 현물로 치렀다.』
―곧 자카르타에서 열릴 예정인 4자회담의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 훈센이 좀더 현실감각을 되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캄보디아는 자칫 남북한처럼 분단국가의 비극을 맞을지도 모른다.』<오체영기자>
◇손 산 총리 약력 ▲1911년 출생,파리 상업고교 졸업 ▲46∼47년 재무장관 ▲50년 외무장관 ▲54∼68년 국립은행 총재 ▲67년 총리 ▲70년 프랑스 이주 ▲82년 민주캄보디아 연합정부 수립후 총리 취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