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만화 비디오물 대부분이 "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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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최근 어린이들에게 큰인기를 끌고 있는 순정만화 비디오물이 대부분 일본등 외국에서 제작된 것으로 그 배경과 내용이 지나치게 서구적인데다 전근대적 여성상을 강요하는등 어린이들의 정서에 부정적인 기능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YMCA 「건전비디오 문화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은 지난1월중 시중에서 널리 유통되고 있는 『캔디』『헬로 샌디벨』『엄지공주』등 순정만화 11편을 집중 모니터, 이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이 모니터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이 된 비디오 11편중 9편이 일본에서 제작됐으며 그 내용이 서구문화 일색이었다.
「시민의 모임」은 순정만화 비디오 거의 모두가 서양의 궁전·귀족사회·상류사회를 배경으로 하고있으며 등장인물도 금발의 푸른눈을 가진사람 일색이어서 순진한 어린이들이 은연중 서구문화를 맹목적으로 동경하도록 만들 우려가 높다고 분석했다.
또 이들 비디오만화중 9편의 주인공이 고아이거나 그와 비슷한 환경의 불우한 여자아이로 고생끝에 멋진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된다는 틀에 박힌 줄거리 뿐이었다.
또한 현대사회와는 거리가 먼 봉건시대의 신분사회를 배경으로 해 비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신분차별의 불건전한 의식을 심어줄 염려도 있다.
폭력과 섹스가 주종을 이루고 있는 우리사회의 비디오 문화에서 성장기의 청소년과 어린이들을 건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한 비디오 소프트웨어 개발이 시급한 실정으로 선택의 폭이 좁은 어린이용 비디오물 가운데 어린이들의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순정만화 비디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더욱 높아져야 한다. <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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