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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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의 교통 문제는 날로 심각해져 이제는 국가정책의 중요 이슈로 부상하게 되었다.
그러나 교통 문제 해결의 핵심은 주로 자가용 1백 만대를 넘어선 차량증가로 인한 교통체증의 해소가 급선무로 거론될 뿐 열악한 대중교통수단에 시달리는 시민들의 고충과 정신건강에 대해서는 거의 무시되고 있는 듯하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버스나 지하철·택시로 출퇴근해야 하는 대다수의 서울 시민들이 겪는 고통은 넘쳐나는 차량 수에 아랑곳 없이(혹은 그 반대로)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출근 시간에 대중 교통 수단을 이용해 일터로 향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상기해 보라.
버스는 승객들을 짐짝처럼 험하게 다루고, 지하철은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승객들의 물결에 문을 여닫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택시는 어떤가. 택시 타기는 더욱 고약하다. 빈차를 원하는 방향으로 얻어 타기란 좀처럼 엄두도 못 낼 일이다.
합승 조차도 운수 좋은 날이 아니면 어려워 필사적으로 달려가 보았자 총알처럼 지나쳐 버리는 택시를 무력하게 멀리 바라보는 수 밖에 없다.
그 순간 길거리에 내팽개쳐진 우리의 직장인들은 낭패감과 허탈감을 뿌리치기 어렵다.
짐짝처럼 운반되고, 수 없이 길거리에 버려지는 굴욕감에서 하루가 시작되는 직장인들의 일과가 명랑하고 활기 차기를 바란다면 지나친 과욕이 아닐는지….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 은 가시적인 차량수의 증가나 교통체증 이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시민들의 이 고달픔과 무력감이다.
더 이상 이 고달픔과 무력감이 심화되거나 연장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교통문제를 다룰 때 시민들의 정신건강을 심각하게 우려해 열악한 대중 교통 수단의 근원적 개선책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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