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통과전 전철기 조작/노선 잘못 붙여 기우뚱 “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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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2명 숨지고 50명 중경상/경부선 한때 막혀 큰 소동/대방역서 장항행 통일호 참사
28일 오후2시42분쯤 서울 노량진2동 68 노량진역에서 대방역쪽 7백여m지점 경부선 하행선(서울역기점 6.7㎞)에서 서울발 장항행 423 통일호열차(기관사 정규철ㆍ46) 뒤쪽끝 1,2호객차 2량이 탈선하면서 상행선에서 신호대기중이던 장승포발 청량리행 유조열차(기관사 한상찬ㆍ35)와 충돌,객차에 타고있던 송기수씨(27ㆍ서울 휘경2동 294)의 외아들 희석군(5)과 박문순씨(91ㆍ여ㆍ서울 행당동 113의27) 등 2명이 숨지고 5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당시 사고지점에는 신호장애가 일어나 신호보안원 2명이 전철기를 점검중이었으며 사고는 신호보안원이 열차가 채 통과하기도 전에 전철기를 조작,선로를 상행선쪽으로 붙이는 바람에 사고객차가 유조열차쪽으로 유도돼 충돌했다.
이 사고로 경부선 상ㆍ하행선이 2∼4시간씩 연발착했다.
△사고순간=피해가 가장 큰 2호객차에 타고있던 송재호씨(32ㆍ상업ㆍ경기도 고양군 원당읍 성사리 421)는 『열차가 노량진역을 지나자마자 정차했다가 곧 다시 출발했으나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것처럼 3∼4분간 심하게 흔들리더니 갑자기 오른쪽으로 쏠리면서 「꽝」소리와 함께 수라장이 됐다』고 말했다.
사고가 나자 앞쪽객차의 승객들과 인근 강변도로를 지나던 택시운전사 등이 달려가 부상자들을 구출,강변도로에서 차를 세워 병원으로 실어날랐다.
◇현장=유조열차와 충돌한 2호객차는 오른쪽 차벽이 알루미늄 깡통처럼 뜯기면서 구겨진채 45도각도로 누웠으며 바퀴 2개가 차체에서 떨어져 나가 충돌 당시의 충격이 어느정도였는가를 보여주었다.
객차안은 깨진 유리조작과 일그러진 의자ㆍ선반 등이 뒤엉켰고 피묻은 의자ㆍ짐보따리가 나뒹굴었다.
유조열차 기관차는 오른쪽­앞모서리가 약간 찌그러진 정도였다.
◇복구작업=철도청은 사고 1시간쯤후부터 서울지방철도청소속 1백50t급 기중기 2대와 1백70명의 복구반원을 투입,복구작업에 나섰으나 2호객차의 차체가 크게 부서져 해체한뒤 견인하는 바람에 복구가 늦어져 상행선은 사고후 4시간,하행선은 7시간만에 각각 정상화됐다.
철도청측은 일부열차를 전철선으로 운행하기도 했으나 상행선 53개 열차와 하행선 44개열차가 길게는 2∼4시간씩 연ㆍ발착해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때문에 설날연휴를 보내고 귀경하던 승객들은 영등포역에서 내려 버스나 택시편으로 귀가했으며 환불,항의소동을 빚기도 했다.
◇부상자=대부분 골절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던 승객50명중 28명은 상처가 경미해 28일 귀가했으며 나머지 22명은 흑석동 성모병원 등 5개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한편 사고열차에 타고있다 부상하지 않은 승객 3백20여명은 이날 오후5시10분 영등포역에서 5개차량을 추가연결한 사고열차편으로 모두 떠났다.
◇대책=철도청은 사망자에 대해서는 호프만식 방법으로산정,보상금을 지급하고 부상자에 대해서는 완치될 때까지 치료비를 전액 철도청에서 부담키로 했다.
◇수사=경찰은 노량진역 운전계장 서정규씨(49)와 통일호열차 기관사 정규철씨,부기관사 임정호씨(30) 등 3명을 불러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중이다.
정씨는 경찰에서 『노량진역에 시속 80㎞로 진입하다 정지신호를 받고 급제동한 뒤 다시 전방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운전계장의 신호를 받고 시속 25㎞의 속도로 운행했는데 갑자기 전철기가 상행선으로 조작되는 바람에 여덟번째 객차가 요동하며 탈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에 대한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대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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