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전국프리즘

아직도 수도권만 있고 지방은 없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우선 주관 부서인 건설교통부(시행기관 토지공사)가 혁신도시의 건설 배경은 등한시한 채 단순히 기관 이전을 통해 신도시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 실례다. 국가균형발전의 핵심인 기업의 지방 분산은 통상적인 정책만으로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프랑스와 영국은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을 이전한 후 이들이 관련 기업과 연구소 등을 불러들여 지역 성장 거점(혁신도시)을 구축하게 했다. 그러나 우리는 혁신도시 규모를 관련 기업이나 연구소 등을 제외한 이전 대상 공공기관의 직원수만을 기준으로 축소 설정, 지방의 기대를 약화시켰다.

둘째 예는 수도권 주민들의 과욕이다. 수도권 규제를 풀자며 '수도권 대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수도권을 더 넓히자는 얘기인데 그동안 수도권 성장 규제로 누가 혜택을 보았는가. 지방인가, 아니면 수도권이었나.

만약 지방을 위해 수도권을 규제했다면 지방만 성장하고 수도권은 정체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수도권 인구의 전국 비중이 60년 20.8%에서 80년엔 35.5%, 2005년에는 48.1%로 급속히 증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도쿄 32.2%, 파리 18.9%)이 되었다. 그럼에도 아직도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담 같지만 7월 장마 피해 방송에서 한 예보관이 수도권을 포함한 중부권에 장마 피해가 집중되는 이유를 "장마전선이 남하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무심코 말하는 것을 듣고 대단히 불편했었다. 만약 반대로 남부권에 피해가 집중될 때 그 이유를 "장마전선이 북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면 어떨까. 지방에 대한 수도권 주민의 일반적 시각이 표출된 것 같아 무척 불편했다.

이처럼 중앙부처나 수도권 지자체, 그리고 수도권 주민들에게 지방은 없다. 과연 이런 상태에서 국민통합이 가능할까. 소득수준은 높지만 지역 간 격차가 큰 나라와 소득수준은 낮아도 지역 간 격차가 적은 나라 중 어떤 나라가 더 바람직할까.

국정 최고책임자를 뽑을 때 수도권과 충청권(수도권과 분생활권으로 준수도권 편입)을 제외하고 지방의 광역단체장 가운데서 뽑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모두가 다시 근본적 성찰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 아닐 수 없다.

이건철 광주전남지역혁신협의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