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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정화의 계기 삼아야/PD 비리파문의 수습 방향(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소문과 추측이 무성해 오던 연예인들과 방송사 PD들의 떳떳지 못한 관계가 검찰의 수사에 의해 밝혀짐으로써 국민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거액의 금품을 받고 가수의 인기순위를 조작하거나 연예인들을 방송에 출연시켰다는 혐의로 PD들이 6명이나 구속되고 또 수배된 사람도 여러 명이라는 것이다.
우리 방송이 권위주의 시대의 왜곡된 타성에서 벗어나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구축해 가고 있는 시점에서 돌출된 이러한 비리와 흑막은 다시 그 신뢰를 허물어뜨릴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이런 비리가 방송가의 오랜 관행이요,고질이다시피 돼 있다는 데서 우리의 실망감은 더욱 크다.
굳이 현 방송이 이른바 공영체제라는 점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방송은 공익과 공정의 바탕에서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돈을 받고 인기순위를 조작했다면 이는 시청자,즉 국민을 기만하고 우롱한 처사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연예인측 입장에서 보더라도 자기의 인기를 노력에 의한 실력으로 올리겠다는 생각보다는 뇌물이라는 부정한 편법으로 얻어보겠다는 자세 역시 지탄을 받아 마땅한 일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러한 연예가의 부조리가 척결되고 연예인들의 잘못된 생각이 바로 잡혔으면 한다.
이런 기회에 근거와 출처가 분명치 않은 연예인의 인기순위 발표나 공개방송에서의 특정 연예인에 대한 소란스런 응원,또는 환호 따위의 연출도 과연 객관성이 인정되고 국민의 기호에 부응하는 것인지 재검토하길 바란다.
관련 PD들이 구속된 데 따른 충격으로 일부 연예담당 PD들이 집단사표를 제출했다는 소식은 좀 의아스럽게 여겨진다. 이러한 불미스런 일이 전체 PD 또는 방송가 전반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데 분노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수사 자체는 오히려 철저히 해 진상을 밝혀내고 흑백을 가려보는 것이 당당하게 명예를 지키는 길이 아닐까. 수사의 결과를 보기 전에 수사 자체에 대해 거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못 된다. 보다 더 신중한 자세로 현업에 충실하게 임하면서 사건을 지켜본 후에 그 대처방안을 강구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다.
이번 사건이 우리 방송이 맡고 있는 대중문화의 보급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 된다. 오히려 건전하고 밝은 대중예술의 풍토를 정착시키기 위한 진통으로 보아야 한다. 환부가 있다면 수술을 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듯이 연예계에 기생하는 폭력조직의 발본색원과 함께 일부 방송가의 비리도 뿌리뽑아야 한다. 다만 그 부작용이 불필요하게 확산되지 않도록 수사는 신중하고 엄정해야 함을 당부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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