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대연합 분쇄”로 궤도 수정/3당 합당 관련 학생운동권 풍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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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운동권 양대세력 제휴 가능성/“한파”예상속 투쟁 위축 우려도
민정ㆍ민주ㆍ공화 3당의 보수대연합 신당결성은 학생운동권에도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켜 운동권에서는 즉각적인 반발과 함께 신당결성 저지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학생들은 『보수신당은 장기집권을 노리는 민정당과 집권욕에 불타는 야당 정치인,한반도의 분단구조를 영구화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서로 맞아 떨어진 합작품이며 국민들의 거센 저항으로 절대 성공할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면서도 당황하는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학생운동권의 이같은 반응은 보수신당이 일단 일본의 자민당과 같은 구조를 정치권내에 정착시키고 나면 학생운동은 더이상 체제변혁운동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일본의 학생운동처럼 단순한 제도내 개혁운동 수준으로 전락하리라는 위기의식을 느끼기 때문이다.
전대협의 한 간부는 『6ㆍ29선언도 충격이었지만 당시는 각 부문의 운동이고 양국면이었다』고 전제하고 『사이비 야당들이 민정당과 결탁,반민중적 본질을 드러냄으로써 그동안 공안정국으로 약화된 운동권이 앞으로도 계속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또 신당결성과 더불어 87년이후 크게 확장됐던 각종 민주단체들에 대한 대규모 「각개격파」가 시작되고 대량구속과 수배조치 등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학생운동 양대그룹인 민족해방파(NL계열)와 민중민주파(PD계열)중 신당출범으로 큰 충격을 받은 쪽은 민족해방파인 것으로 보인다.
85년말부터 대학가 운동권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왔던 민족해방파 학생들은 87년 대통령선거당시 김대중후보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보낸 적이 있고 평민ㆍ민주 등 야당과의 관계에 있어 『민주화투쟁을 위한 상호협조가 가능하다』고 주장,『제도권 야당은 본질적으로 운동권과 손잡을수 없다』는 민중민주파와 맞서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ㆍ공화양당이 민정당과 보수대연합을 결성함으로써 민족해방파 학생들은 「그동안의 잘못된 정세관」에 대해 거센 비판을 받을 것으로 보이고 소수파이던 민중민주파 학생들의 주장과 입지가 좀더 강화될 전망이다.
이에따라 10일 서총련 제3기 준비위 발족식에서 서총련측이 90년 운동목표로 밝혔던 노태우정권퇴진운동과 통일운동,민중지원투쟁 가운데 민족해방파가 강조해왔던 통일운동은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신학기 투쟁목표는 「보수대연합 분쇄투쟁」으로 단일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당결성은 학생운동권 양대세력의 이론적 차이나 입장과 관계없이 분열보다 오히려 대타협을 이끌어낼 가능성도 있다.
23일 연대ㆍ성균관대ㆍ경희대 등에는 보수대연합을 비난하고 운동권의 대단결을 촉구하는 대자보가 나붙었고 광주ㆍ부산 등에서는 격렬한 가두시위가 벌어졌다.
이밖에 전국의 다른 대학 총학생회는 비상중앙 집행위원회 등을 열어 『보수반동의 탄압에 맞서 싸울수 있는 범민주전선을 건설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의견을 내부적으로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대협의 한 간부는 『범민주연합은 「보수대연합저지투쟁국민본부」 형태 등이 고려될수 있다』고 밝히고 『5공말기의 개헌서명운동과 국민대회ㆍ가두시위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보수대연합에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대학가는 2월초 신입생 오리엔테이션,3월 개학과 더불어 보수대연합 돌풍에 맞서는 학생운동권의 맞바람으로 커다란 진통이 예상된다.<김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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