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오너 사망때 개인 재산은?' 한국 78% "사회에 환원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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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보다 못한 '한국식 자본주의'=이번 조사를 요약하면 '한국은 평등주의, 중국은 시장주의'다. 중국민들은 77.4%가 기업에 호감을 표시했다. 특히 대기업 호감도는 82.6%나 됐다. 한국은 한.중.일 3개국 중 반기업 정서가 가장 컸다. 대기업 오너에 대해서도 중국민들은 무려 75%가 호감을 표시해 한국(61.1%)보다 높았다.

반면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중국이 한국보다 부정적이었다. 한국민들은 10명 중 7명 이상이 중소기업에 호감을 보였지만, 중국민들은 5.6명에 그쳤다. 이는 기업의 본분에 대한 인식 차이로 이어진다. 기업의 존재 이유는 이익을 많이 내 고용도 늘리고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이라는 원칙론에 중국인이 훨씬 충실한 편이었다.

한국민들의 경우 기업의 목적을 '사회와 국가의 발전'으로 보는 시각(34.4%)이 가장 많았고, '기업의 이익과 발전'이란 응답(16.7%)은 세 번째였다. 반면 중국민들은 59.4%가 '기업의 이익과 발전'을 기업의 목적으로 답했다. 고용의 유연성에 대한 수용 태도도 중국이 높았다. 개인 재산의 처리 문제도 중국민들이 훨씬 관대했다.

'기업 오너가 사망 등의 이유로 개인 재산을 처리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설문에 중국인들은 63.6%가 '오너의 자유의사에 맡길 문제'라고 답변했지만, 한국인은 77.6%가 '일부 또는 전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답했다. 기업 간 경쟁에 대해서도 중국인들이 훨씬 너그러웠다. 대형 할인점과의 경쟁에서 밀린 영세상인들에 대해 한국인들은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답변을 가장 많이 했지만, 중국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한국의 기업 환경은 더 나빠져=한국 국민은 기업 하기가 3년 전보다 더 어려워진 것으로 느꼈다. 3년 전에는 76.3%가 '한국은 기업 하기 어려운 나라'라고 답변했지만, 이번(79%)에는 약 3%포인트가량 더 높아졌다. 특히 '몹시 어렵다'는 응답이 크게 늘었다. 3개국 가운데서도 기업 하기가 가장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기업경영 여건이 나쁜 이유로 한국 국민은 강성 노조와 정부 규제를 1, 2위로 꼽았다(53.8%와 46.2%, 복수 응답). 반면 일본과 중국에선 정부 규제가 1위로 꼽혔다. 그러나 '정부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한국이 가장 높아 한국 국민의 체감 규제가 3개국 중 가장 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취업난이 반기업 정서 누그러뜨려="재벌이 좋다고 말하는 친구들은 별로 못 봤다. 그러면서도 다들 재벌 기업에 취직했으면 한다."(이화여대 3년 송지영씨). 반기업 정서는 여전히 높지만 대기업에 대한 취직 선호도는 3년 전보다 크게 높아졌다. '자녀가 어떤 방식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하길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대기업 근무라고 응답한 비율이 39.4%로 가장 높았다. 이는 대기업과 재벌에 대한 인식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과 재벌 호감도는 각각 57.3%와 58.3%로 3년 전(42.1%, 44.8%)보다 높아졌다. 이에 대해 김정호 자유기업원장은 "국민이 체험 학습을 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일자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일자리는 정부나 정치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이 만든다는 걸 국민이 깨달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참여정부의 실정(失政)에 따른 반사작용 때문"이라며 "국민이 말만 앞서는 노무현 정부보다는 그래도 대기업이 나라 발전과 국민 살림살이에 더 기여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욱.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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