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공모, 조심해서 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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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소액공모가 적자기업의 퇴출모면용 편법 자금 모집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소액공모란 20억원 미만의 자금을 조달할 때 유가증권신고서 제출을 면제받는 제도로 주로 비상장사나 코스닥 시장의 자금조달 창구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최근 자본잠식으로 퇴출 위기에 몰린 기업들이 퇴출을 피하기 위해 편법으로 해당 금액만큼 소액공모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또 최근에는 코스닥뿐 아니라 거래소에서도 소액공모가 늘어나는 추세다. 코스닥 우회상장 규제가 강화되자 거래소를 통해 우회상장하려는 기업들이 소액공모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제로원인터랙티브와 이엔쓰리 등 올 들어 거래소를 통해 우회상장한 세 곳이 모두 우회상장 직전 소액공모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28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소액공모에 나선 기업만 18개에 이른다. 이중 이즈온과 벨코정보통신 등 반기보고서 제출 이후 자본잠식으로 퇴출 위기에 몰렸던 기업들이 올 들어 세 번이나 소액공모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에버렉스와 성광 등 자기자본을 모두 까먹고 퇴출 위기에 몰렸던 코스닥 기업들도 모두 소액공모로 퇴출 요건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다.

대우증권 신동민 연구원은 "부실기업일수록 주주배정이나 일반 공모를 통한 자금조달이 힘들기 때문에 소액공모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둑에 구멍난 것을 임시방편으로 막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므로 이런 종목에는 더욱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휴대폰 제조업체인 VK는 최근 소액공모 직후 부도를 내기도 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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