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업계가 알카리수에 목숨거는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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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의 80%는 물이다. 주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밖에 되지 않는다. 소주 회사들이 사용하는 주정은 대한주정판매로부터 공급 받기 때문에 주정에서 품질 차이는 없다.

결국 소주의 맛과 향은 물에서 좌우될 수밖에 없다. 소주 회사들이 자사 제품을 자랑하는 내용을 보면 하나같이 물 얘기다.

진로 '참이슬 후레쉬(fresh)' 출시를 계기로 불붙은 하반기 소주 대전(大戰)의 최대 이슈는 결국 '물'이다. 진로와 두산은 상대진영의 물을 향해 원색적 비난을 퍼부으며 네거티브전에 들어갔다.

◇왜 '물'에 집착하나

영원할 것 같았던 오비맥주의 아성을 무너뜨린 하이트맥주(102,000원 2,000 -1.9%). 하이트맥주의 신화는 지금도 주류업계의 일대 사건으로 회자된다. 지난 52년 옛 동양맥주로 첫 선을 보였던 오비맥주는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시장점유율 70%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남겼었다.

그러나 경쟁사 조선맥주(현 하이트맥주)가 93년 내놓은 하이트에 오비맥주는 시장의 절반 이상을 내줘야 했다. 하이트가 오비를 이기는 데 걸린 시간은 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이트맥주의 성공비결은 100% 천연 암반수에 있었다. 맥주의 90%를 차지하는 물의 순수함과 깨끗함을 강조해서 '천연암반수=하이트맥주'라는 등식을 성립시켰다. 하이트맥주는 이미 13년전 주류업계 최초로 '웰빙' 개념을 적용했던 것이다.

맥주업계의 '맑은 물' 승리는 소주업계에서도 타산지석으로 삼고 있다. 오늘날 진로와 두산(34,650원 0 0.0%)이 알칼리수 논쟁을 벌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양사의 물 전쟁 핵심은 '어디에서 어떤 물을 가져왔느냐'가 아니라 '물을 어떤 방식으로 알칼리환원수로 만들었느냐'다.

◇알칼리수 환원, 어떤 방식으로?

진로는 대나무숯을 이용한 죽탄여과공법을 활용, 천연 약알칼리성 소주를 만들어낸다. 대나무숯으로 물과 주정을 따로 걸러내고 걸러진 물과 주정을 섞어 다시 한번 여과한다.

사용되는 대나무숯은 지리산 기슭과 남해안의 3년산 대나무만을 엄선해 섭씨 1000도에서 구운 것들이다. 진로는 한달 평균 12톤의 대나무숯을 사용한다.

대나무숯을 정제하는 과정에서 칼륨이온 등 천연미네랄이 자연스럽게 녹아나와 천연 약알칼리성 소주가 탄생한다. 천연대나무숯의 표면적은 1g당 300 ㎡ 이상으로, 일반 참 숯에 비해 2 ̄4배 넓다. 또 유해물질의 여과 및 흡착능력은 참 숯보다 10배 이상 높다.

두산 소주 처음처럼은 대관령 기슭의 청정수를 원수로 해, 이온교환(전기분해)을 거쳐 알칼리환원수를 생성시켜 소주 원료로 활용한다.

공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물을 전기분해 통에 넣은 후 통 가운데 이온교환막을 세워놓는다. 그리고 양쪽에 음.양 전극에 전류를 흐르게 하면 인체에 유익한 마그네슘, 칼륨, 칼슘 등 양(+) 이온이 음극으로 모여들어 알칼리이온수(=전해 환원수)가 된다. 또 물(H2O)이 화학적으로 분리돼 활성수소(H-)도 여기에 포함된다.

반대로 양극에는 질산, 황산, 유황 등 음(-) 이온이 모여 산성수가 된다.

처음처럼은 이런 방식으로 알칼리환원수를 추출해 소주 재료로 활용한다.

◇상호 비방전으로 확대

처음처럼이 알칼리수를 활용한 제품이라고 홍보한 지 6개월만에 시장점유율을 5%대에서 10%까지 확대하자 알칼리수는 명실공히 소주 원료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진로가 참이슬의 알칼리성 성분을 알리기 시작한 것도 이 같은 흐름을 인정한 결과다.

그러나 양사는 서로 상대방의 기술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진로는 처음처럼의 알칼리수 제조방식인 '전기분해'를 놓고 "출처가 불분명한 기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처음처럼과는 달리 참이슬은 천연대나무숯을 활용, 친환경적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중이다.

진로 김정수 마케팅팀장(부장)은 "처음처럼은 주정 정제 과정이 없어 제품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진로는 최근 신문 광고를 통해 처음처럼과 참이슬의 알칼리수 제조과정을 그림으로 비교하며 전기분해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두산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두산은 '진로 참이슬에 대한 공개 질의서'를 언론에 배포하고 진로의 공세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참이슬의 물 성분을 공격했다.

전기분해 방식은 일본에서 이미 상용화된 기술이라는 게 두산의 주장이다. 이 방식은 일반 가정에서도 활용되고 있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두산은 밝혔다.

이와 함께 참이슬이 나트륨(Na)과 염소(Cl)의 양만 높은 것은 인위적으로 소금을 첨가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더해 진로의 대나무숯 여과공법에 대해 "대나무숯을 포름알데히드를 사용해 은 코팅 시키는 것으로 특허를 냈다"며 "그렇다면 이것은 천연 대나무 숯이 아니라 인공 화학처리된 숯이 아니냐"고 퍼부었다.

진로와 두산은 하반기 본격적인 호황기를 앞두고 서로를 비방해 시장점유율 높이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 싸움은 진로가 19.8도 소주를 내놓으면서 더욱 노골적이고 강도 높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소주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건강을 중요시 해 좋은 물을 사용했다는 점에서는 전체 소주 이미지를 좋게 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지나친 비방전은 오히려 소비자들의 외면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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