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녘'-리진(1930~ )
저녁녘 / 갑자기 타오른 노을
구름발과 함께 걷히고
남빛 짙어가는 하늘에서
여기저기 / 한줌씩
깜빡이는 별
이웃집 외양간
왼쪽 초마가
괜히 더 검어 보인다 하였더니
이윽고 그 그늘에서
누르스름한 / 초생달이
뿔을 내미네
아 나는 몰랐었구나
이 세상 / 한 강의 기슭에서는
달이 나 없이 둥그레지고
나 없이 이지러질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전에 몰랐었구나
할 수 헐 수 없이 러시아에서만 사시는 리진 선생님. 언젠가 그 선한 얼굴 앞에 눈물 참고 앉아 있었다. 그분의 시 중엔 이런 시가 있었다. '구부정 소나무가 서 있다//그 곁을 지날 때면 언제나/가만히 눈물을 머금는다/저도 몰래 주먹을 쥔다/가슴이 소리 없이 외친다//멀리서 아끼는 사랑이/얼마나 애틋한지 아느냐/길 떠난 아들을 잊지 마라/구부정 소나무
내 나라' <장석남.시인>장석남.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