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깊이읽기] "공원 벤치, 지붕 위, 강둑이야말로 좋은 학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읽는 이의 마음을 참 불편하게 만드는 책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의 삶에 연관된 '교육'의 참모습에 관심을 가진 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30여 년간 미국 뉴욕시 공립학교에서 근무하는 동안 '뉴욕시 올해의 교사상'을 세 차례, '뉴욕주 올해의 교사상'을 두 차례나 받은 교사 출신이다. 그런데 흔히 생각하는'명교사'는 아닌 듯하다. 성적 올리는 법을 일러주는 대신 '참 교육'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그의 주장은 사뭇 도발적이다. "과학수업에서 과학자가 길러진다거나 윤리수업에서 정치인이, 국어수업에서 시인이 길러진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학교는 진실로 어떤 것도 가르치지 않으며, 가르치는 것이 있다면 명령에 복종하는 방법뿐"이라는 말로 책을 시작하니 말이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교육 현실은 참담하다. 교사는 획일화한 교육을 통과했지만 영어.수학 등에서 학생보다 조금 나을 따름이다. 교과서는 명령에 따르는 훈련, 공공의 신화, 끝없는 감시, 전 세계의 서열화, 그리고 끊임없는 위협이라는 학교의 판에 박은 일상생활을 강화하는 종이로 만든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공교육 예산은 각종 행정비용으로 새나가 겨우 30%만 학생 교육에 쓰인다.

결과는 우둔한 사람을 양산하는 데 그친다. 지은이가 말하는 '우둔한 사람'이란 무지한 사람이 아니다. 언론 등을 통한 기성 가치관, 얻어들은 의견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그러면서 요즘의 엘리트란 남들의 생각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이라고 꼬집는다.

지은이는 참 교육이란 '훈련'이 아니라 스스로 배우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면서 학기가 짧은 홍콩이 수학. 과학 경시대회에서 일본을 앞지르고 학기가 긴 이스라엘이 세상에서 학기가 가장 짧은 벨기에를 따라잡지 못하는 현실을 제시한다.

개토 선생은 공원 벤치, 지붕 위, 강둑, 거실, 일터가 모두 학교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진짜 교육을 위해선 아이들을 더 자주 교실 바깥으로 끌어내고, 수업시간을 재편성해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자기주도 학습' '사회봉사' '현장 커리큘럼'에 할애하며, 가정교육을 중시할 것을 제안한다.

공립학교 대신 사립학교를 중시하고, 인종별 분리교육을 권장하는 등 우리 현실이나 상식과 다른 점도 눈에 띄긴 한다. 전교조의 주장과 비슷한 느낌을 받아 생래적인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래도 성적은 행복순이라며 자녀의 명문대 진학에 목을 매고 있는 이 땅의 수많은 부모들에게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다. 교육 정책 결정자가 귀 기울일 주장 역시 수두룩하다.

김성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