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쇄신을 원칙 삼아야/민주화 정계개편만이 공감 얻는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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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현재의 4당체제에 여러가지로 문제가 많다는 점에서 우리는 기본적으로 정계구조에 변화가 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그런 움직임을 관심있게 지켜보아 왔다.
4당체제로서는 안되겠다고 보는 이유는 이미 지난 2년간의 시험에서 드러났듯이 이런 구조로는 정국안정도,문제해결도 기대하기 어렵고 바람직한 민주화 개혁의 추진이나 정치 민주화의 정착도 난망이라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4당체제의 이런 문제점은 4당의 생성 자체가 특정 보스에 의한 위인설당이자 지역당적 성격에서 나오는 것임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정계를 개편한다면 이런 4당체제의 문제점을 개선ㆍ시정하고 4당체제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정국안정이나 정치 민주화의 진전을 기약할 수 있는 방향이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연초부터 쏟아져나오는 정계개편 논의와 움직임을 보면 그런 바람직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그런 방식으로 정계개편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스럽다.
우선 개편논의의 기준이나 원칙이 없다는 점이다. 오늘날 민주ㆍ공화당간의 통합논의가 활발히 나오고 민정ㆍ민주ㆍ공화당의 이른바 보수대연합,민정ㆍ평민당간의 정책연합 또는 지방의원 연합공천과 같은 각종 개편ㆍ연합논의가 무성하지만 어떤 기준이나 원칙에서 이런 제휴ㆍ연합론이 나오는지 국민들로서는 알 길이 없고,그런 개편이 이뤄졌을 경우 국민에게 어떤 득이 있는지,우리 정치에 어떤 발전이 올지 짐작하기 어렵다.
국리나 정치발전보다는 오히려 현 정계를 이끌고 있는 보스들의 자리 유지나 집권추구 전략의 연장선에서 이런 개편논의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줄 뿐이다. 가령 제3,4당인 민주ㆍ공화당이 개편에 적극적인 것은 3,4위의 불리한 입지를 벗어나 2위쯤을 겨냥해 보자는 것이 아닌지,제2당인 평민당이 개편에 소극적인 것은 제1야당의 기득권에 집착하는 때문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니 금방 뭐가 될 것처럼 소리는 무성하지만 실제 개편이 이루어질 진지성이나 현실성은 미약하게만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바람직한 정계개편을 정말 할 생각이 있다면 정치인들은 최소한 다음 몇가지 사항을 실천하고 유념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첫째,왜 개편을 추진하는지,현 정계의 어떤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개편을 추진하는지 그 이유를 국민에게 명백히 밝히는 것이 좋겠다. 보스지위의 유지ㆍ강화를 위해,또는 기득권 유지를 위해 개편을 추진하거나 반대한다면 그것은 이유가 될 수 없다. 정계개편 문제에 대한 자기의 입장과 목적을 분명히 해달라는 것이다. 그래야 일반 당원이나 국민도 판단할 기준을 잡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목적을 위해 필요하다면 보스라도 제2선에 설 용의를 보여야 한다.
둘째,4당은 이제부터 당내 민주주의를 생활화해 나가야 한다. 보스의 깃발만 보고 따라가는 정당이어서는 당의 노선도,색깔도 나오기 어렵다. 일부에서는 색깔에 따라 개편해야 한다고 하지만 보스가 인기를 따라 작은 정부와 복지국가를 왔다갔다 하고 보수를 내세우면서 보안법폐지를 주장하는 것이 현 실정이다.
당내 민주주의가 있어야 활발한 발언과 토론으로 각자의 색깔도 드러낼 수 있고 색깔을 기준으로 한 「헤쳐 모여」도 가능해진다.
셋째,정국안정이 가능해지는 개편이다. 현재의 개편논의가 보스 중심의 인위적 합작으로 의석수를 경쟁하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여권이 산술적으로만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는 문제를 은연중 초점으로 삼고 있는 듯한데 이런 방식으로는 정국안정도,바람직한 정계개편도 어렵다고 본다.
뭔가를 주고 받는 정치적 거래를 통한 인위적 개편은 설사 이뤄진다 해도 상호 이질적 요소를 그대로 안고 가기 때문에 만성적 정국불안 요인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 보다는 정당간 자연스런 연합을 가능케 할 제도적 바탕을 모색하는 데 좀더 진지한 노력이 있어야 하리라 본다.
우리는 최소한 이런 몇가지 바탕위에서 정계개편이 논의되고 추진돼야 하리라고 보고 앞으로의 정계동향을 주시코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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