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재집권 겨냥 「소여」탈피 구상(정계개편 바람분다: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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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 자민당식 보수대연합 모색/지자제 공천서 평민과 제휴도
청와대ㆍ민정당등 여권 내부에는 정계개편 구상이 상당히 무르익고 있다.
민정당이 소여신세로 전락해 있는 4당구조를 어떻게든 깨뜨려야 한다는 데는 여권 내부에서 컨센서스가 이뤄져 있다. 더욱이 야당의 3김씨에 대항할만한 정치적 비중을 가진 후계인맥을 갖고 있지 못한 민정당으로서는 재집권의 불가피한 전제가 정계개편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민정당이 정초부터 연합의 정치를 내걸고 정책연합에서 정치연합과 정당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거리낌없이 외치는 배경엔 그런 사정들이 깔려있다.
이미 여야의 성층권에서는 고위인사들간의 막후접촉이 진행되고 있고 도상연습단계를 넘어 개편의 대체적인 방향과 윤곽들에 대한 의중탐색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흐름의 가장 중심적인 골간을 이뤄온 방향은 민정­공화의 통합을 바탕으로 민주당과의 연합을 모색한다는 이른바 일본 자민당식의 보수대연합이다.
지난해 7ㆍ10청와대 노태우ㆍ김종필회담에서는 일반적인 추측보다 훨씬 더 깊은 얘기가 오갔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그이후 민정­공화 합당을 전제한 양당의 지분비율ㆍ당총재의 거취 등에 대한 얘기가 떠돌았던 것도 그런 추측을 뒷받침한다. 일부에서는 통합논의가 상당히 진전되었을 것이며 그명분과 전제가 정호용공직사퇴등 5공파의 제거였다는 얘기도 있다.
따라서 5공문제가 종결된 지금 민정­공화간의 연합을 가로막을 장애는 사라진 셈이다.
다만 문제는 명분이다. 5공의 민정당과 유신3공의 공화당이 제휴한다는 것은 정권유지와 다수의석확보를 위한 야합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런 구도를 합리화시키려는 것이 민정당 일각에서 내놓고 있는 보혁구도이고,JP(김종필총재)의 색깔론이라고 할수있다. 이런 구도는 두말할것도 없이 그나마 진보적인 김대중 평민당총재의 세력을 혁신으로 몰고 그 나머지 3당연합을 추진하겠다는 소리다.
이런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민주당과의 막후 접촉이 활발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미 공화당과는 어느정도 이심전심의 양해가 이뤄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 발언파동으로 물러난 박준규­김윤환의원이 김영삼총재의 핵심측근들과 밀접한 창구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며 청와대쪽과 깊숙한 접촉라인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재순국회의장도 김총재와 접촉을 시도해왔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직접적인 대화채널이 민주당핵심부와 바로 이어지고 있다는 풍설도 돌고있다.
민정­공화 소보수연합이나 민주당을 포함한 대보수연합구상은 겉보기에는 그럴듯해도 막상 실현과정에서는 난점들이 많다.
박준규발언파동에서 나타났듯이 민정당내에 거센 저항이 조직화되고 있을뿐 아니라 야당성향의 민주당과는 체질상 섞이기 어려운 난점도 있다.
때문에 여권은 이뤄지지 않을지도 모르는 보수연합의 구상외에 현실적인 정계운영구도도 맞추고 있다. 그것이 민정­평민 양당추축체제다.
지난해 12ㆍ15 대타협까지 민정­평민간에는 상당히 깊숙한 얘기들이 오갔다는 소문이다. 박철언정무장관이 김원기평민당총무등 평민당핵심과 수차례에 걸쳐 회동됐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홍성철비서실장도 깊숙히 개입됐다는 소문이 있다.
민정­평민의 양당구도가 이뤄진다면 이는 상당히 현실적이다. 제1야당의 협조를 얻는다면 정국안정을 보장하기는 어렵지 않다. 임투가 재연될 3ㆍ4월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는 정치안정을 이루는 것이 초미의 과제인 정부ㆍ민정당으로서는 이보다 더 매력적인 제휴가 있을수 없다.
이경우 4당구조 그 자체에는 변함이 없지만 민주­공화당의 영향력이 현저하게 감소될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민정­평민의 양당체제는 잠정적일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민정­평민당의 관계가 제휴이상의 깊숙한 유대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시국혼란의 압력이나 야권통합의 소용돌이가 가라앉고 총선이 다가오면 어차피 두당은 여야로 갈라질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정부와 민정당은 한쪽으로는 대보수연합을 다른쪽으로는 평민당과의 2당체제를 동시에 추구해 나가고 있다고 볼수있다.
정당간 제휴의 가장 자연스러운 실험무대는 5월중순께 실시될 지방의회 의원선거다. 이미 민정당이 연합공천을 주장했고 평민당도 호남을 개방하고 일부지역에서는 민정당과의 연합공천도 모색할수 있다는 신축성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나 공화당도 구체적인 제휴 움직임을 보여줄 것이다.
하지만 개편에 대한 많은 긍정적 기대에도 불구하고 인위적 정치개편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자못크다.
정당간의 통합이란 것은 정파간의 이념ㆍ정책의 대립뿐 아니라 엄청나게 끓어오를 개인적인 정치적 갈등을 조정해내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민정당이 이것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당의 통합적 의견조정이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확실한 지도력을 구축해야 하는데 현재는 이 모든것이 흔들리고 있다. 게다가 개편을 위한 시간은 앞으로의 총선시기등을 감안할때 고작 올해뿐이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여권의 정계개편추진모색은 3야의 공조를 깨기위한 책략에 불과하며 여권은 총선거를 통해 결판낼 속셈이라고 추측하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내각제개헌을 위한 여건이 조성된다든가 정치권 안팎에서 정계의 재편성을 강요하는 충격이 가해진다면 개편의 움직임이 보다 큰 추진력을 얻게될수도 있을 것이다.<김영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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