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태수석 낙마할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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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언행으로 '엽기 수석'으로 통하던 청와대 유인태(柳寅泰.얼굴)정무수석이 15일 낙마 일보 직전까지 갔다. 노무현 대통령이 내린 함구령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盧대통령은 지난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들에게 "재신임 국민투표는 나와 정치권의 문제이니 언급을 자제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대한매일신보는 15일자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야당이 반대하고 학계 전체가 위헌이라고 할 경우 재신임 국민투표를 강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마치 재신임 국민투표를 포기한 듯한 보도를 접하자 盧대통령은 노발대발했다. 盧대통령은 오전 문희상 비서실장을 찾아 "전혀 사실과 다른 기사가 나갔다"며 "발설자를 찾아내 엄중 문책하라"고 지시했다. 오후에 文실장은 "발설자를 찾았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색출했다는 의미다.

이 고위 관계자는 柳수석이었다. 곧바로 청와대에선 柳수석의 사퇴설이 퍼졌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柳수석 측근들은 "(거취를) 곧 알게 될 것"이라며 침울해 했다. 동시에 '너무 가혹하다'는 동정론도 고개를 들었다.

여러가지 전제 조건이 붙은 원론적 이야기인 만큼 문책 대상은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柳수석도 "발언 취지와 다르게 보도됐다"고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신임 국민투표를 돌파해야 할 盧대통령이 주무 수석을 교체할 경우 적전분열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盧대통령의 지지 기반 가운데 한 축인 통추(統推) 출신들도 변호에 나섰다. 결국 윤태영 대변인은 "오늘 중 문책은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柳수석이 기사회생했는지, 끝내 말 실수의 책임을 지게 될 것인지는 16일에나 알 수 있게 됐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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