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도시는 공해·범죄"중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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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제3세계의 대표적 도시들이 개발에 따른 부작용으로 인구집중·공해·범죄·물가고 등의 중병에 시달리고 있다.
브라질의 상파울루에서 중국의 광동성,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를 거쳐 인도의 캘커타, 케냐의 나이로비에 이르기까지 제3세계의 개발 도상국들은 마치 판도라 상자를 연 것처럼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사태가 악화되어 이미 대부분의 도시는 행정력에 의한 통제수준을 넘어서 비만증에 걸린 괴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이들 개도국들이 개발 사업을 도시중심으로 추진함으로써 빚어졌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농촌지역 주민들은 개발사업에서 소외된데다 토지 정책마저 불리하여 생활기반이 흔들리게 되자 막노동을 유일한 생계수단으로 삼아 무작정 도시로 밀려들게 됐다.
남미·아프리카·아시아 등에서는 해마다 평균 30만명 이상의 농민들이 도시로 이주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파키스탄 카라치시의 경우인구 9백만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최근 들어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이다.
나이지리아의 수도 라고스도 30년 전에 비해 무려 30배나 인구가 팽창, 3백만명이 거주하는 거대도시로 변했다.
79 년 경제특구로 지정된 광동성의 도시 지역에도 지난봄에만 2백50여만명이 흘러들어 시 당국이 이주 금지령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유엔은 세계 20대도시 중 상파울루·멕시코시티 등 제3세계 도시가 11개를 차지하고 있으며 2000년까지 이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17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한 연구단체는 이 도시들이 이미 수용 한계를 넘어 폭발직전에 있으며 도시의 정상적인 기능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게다가 문제의 도시들은 행정 당국자들이 고용기회를 늘릴 수 있는 노동집약형 산업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기술 집약적 산업을 육성하러하기 때문에 이주민들이 일자리를 찾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
이 때문에 대부분 실업자로 전락한 이주민들은 도시권에 진입하지도 못한 채 도시 주변에 거대한 빈민가를 형성하게 된다.
주거는 물론 상-하수도·전기·대중교통 수단 등을 갖추지 못한 이들 빈민가는 사실상도시기능을 마비시킬 정도여서 서독의 한 인구문제 전문가는 이들을「시한폭탄」에 비유하기도 한다.
도시를 둘러싼 거대한 빈민가는 점차 사회 불만 계층을 형성함으로써 오늘날의 혁명이 이를 배경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경고의 뜻이다.
나이로비와 마닐라 주민 중 50%이상, 캘커타는 70%이상이 빈민가에 살고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빈민가의 형성으로 생기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 당국의 대책은 행정력을 동원, 물리적으로 빈민가를 철거하여 도시 외곽으로 밀어내는 것이 고작이다.
인도의 봄베이 공항에서 도심으로 들어가는 도로변은 판자로 단장(?)된 부분이 한동안 계속된다. 이것은 환경 미화를 명목으로 거대한 빈민촌을 가려놓은 것이다. 이같은 사정은 마닐라에서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인 거주 환경조차 갖추어지지 않은 빈민지역에서 환경 문제로 희생자가 발생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도시빈민을 괴롭히는 것은 그뿐이 아니다. 당국이 생필품 값을 비정상적일 만큼 통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고는 실로 살인적이다. 아르헨티나는 연간 3천5백%, 브라질은 1천%이고 나이지리아가 60%로 비교적 낮은 편이다.
물가고 이상으로 심각한 것은 공해에 찌든 환경오염 문제.
캘커타 주민의 60%가 호흡기 장애에 시달리고있고 중국의 주요 도시주민의 폐암 사망률은 지방보다 훨씬 높다.
자카르타시의 대기 중 납 성분 함유량이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보다 무려 17배나 높다.
이밖에 범죄율의 급격한 증가도 빼놓을 수 없다.
상파울루의 경우 연간 범죄에 의한 사망자가 4천4백여명, 강도 17만여건, 절도 2백여만건이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회학자들은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시를 작은 단위로 해체하고 지방당국에 보다 많은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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