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비 위해 삼촌 집 강도」기사 끔직할 뿐|기성세대의 반성 없이는 밝은 내일 없다-이춘식<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89의10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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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크리스마스 유흥비 마련을 위해 삼촌 집에 친구들과 손도끼 등을 들고 침입, 강도 짓을 벌였다는 기사(중앙일보 12월23일자)를 읽고 아무리 사회가 각박해졌기로서니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가 있을까 하는 놀라움에 전율을 느꼈다. 하기야 이런 청소년 비행은 복면을 하고 계모에게 칼을 들이댄 일도 있으니 그다지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하겠다.
이제 청소년들의 탈선은 인간 본연의 착한 성정을 본질로 하는 가족까지 범죄의 대상으로 삼는 등 반인륜적 몰염치도 스스럼없이 자행하기에 이르렀다. 원인이야 어디 있든 실로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청소년 범죄, 그것도 강력범죄 일색의 타락상을 보며 기성세대의 한사람으로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
괜히 연말이면 들뜬 분위기를 앞서서 조장하고 퇴폐·향락업소를 증식시키며 2세들에게 대화와 사랑보다 권위와 순종만을 강요하고, 그리고 공부만을 최고의 가치인양 믿는 학력중시 풍조를 증폭시켜 온 어른들의 책임은 지금까지 수없이 지적되어 왔으나 그때마다 청소년의 탈선은 늘어만 간 것이 사실이다. 웃물이 탁한데 아랫물이 맑을 수 없는 것처럼 기성세대의 심심한 반성 없이는 다가올 90년대 21세기는 결코 밝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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