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는 향기 풍기며 다가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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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는 향기를 풍기며 옵니다."

23일 퇴임식을 앞둔 이우근(57.사진) 서울중앙지법원장이 최근 법원 내부통신망에 법조 비리 사태와 관련한 '자성의 글'을 올렸다.

이 법원장은 글에서 "부패는 악취가 아니라 향기를 풍기며 다가온다"며 "부패의 유혹 앞에서는 명철한 지식인도, 근엄한 종교인이나 법조인마저 예외가 아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 "지속적이고 습성화된 부패는 타락의 사슬로 영혼을 옭아매기에 자기 정화는 그토록 어려운 법"이라고 적었다.

그는 "부패와 비리를 다스리는 법조인이 스스로 비리를 저지르거나 부패에 젖어드는 일은 여간 심각한 부조리가 아니다"라며 "재판 임무를 부여받은 법조인이라면 시대의 아픔과 이웃의 괴로움을 온몸으로 함께 나누는 사랑의 소명의식, 그리고 투철한 자유의지를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시 14회로 서울중앙지법원장과 서울행정법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이 법원장은 최근 신임 헌법재판관에 법조계 후배들이 지명되자 사표를 냈다.

대법원은 헌재 재판관 내정에 따라 공석이 된 법원행정처 차장과 인천.수원.창원지법원장, 공석 상태인 광주고법원장과 서울가정법원장, 서울서부지법원장, 다른 법원장이 겸임해 왔던 서울중앙지법원장과 특허법원장 등 12명에 대한 전보인사를 21일 단행한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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