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 시세기준 하향안정세 지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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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내년도 주택경기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일부에서는 분당시범단지 아파트 4천 가구 분양에 16만명이 몰림으로써 여실히 입증된 부동산열기는 내년도 주택경기를 밝게 하는 요인으로 보고있다.
집이 없거나 또는 있더라도 평수를 넓혀 가려는 사람, 그리고 적잖은 투기수요가 상존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비관적으로 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쪽에서는 내년도 주택경기를 하향 또는 침체국면으로 전망하고있다.
토지 공개념 관련 방안이 본격 시행됨에 따라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가 위축될 소지가 크며 신도시 사업 및 분양가 현실화조치에 힘입어 전국적으로 50만채 이상의 집이 지어져 물량압박이 심상찮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내년도 주택경기를 건설물량과 아파트시세를 중심으로 미리 짚어본다.

<건설물량>
대형 건설업체들이 내년 중 전국에서 분양할 아파트는 15만8천 가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또 중소 주택업체들이 지을 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 주택 등도 25만 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도시영세민들을 위한 영구 임대주택이 주공에서 4만 가구, 지방자치 단체에서 2만 가구 등 6만가구가 지어지며 국민주택 기금의 지원을 받아 건설될 장기 임대주택도 6만5천 가구로 계획돼 있다.
결국 내년도 주택건설은 민간부문에서 40만 가구, 공공 부문에서 12만5천 가구 등 줄잡아 50만 가구를 웃돌 전망이다.
이같은 규모는 올해 착공된 물량 38만5천 가구(잠정치) 와 비교할 때 약 35%나 많은 것이다.
이 가운데 특히 부동산 경기를 좌우할 수도권 지역의 물량을 점검해 보면 주택경기 침체를 우려할 만하다.
대형업체들의 건설물량 15만8천 가구 중 약 60%인 9만3천여 가구가 서울·인천 및 경기도일원에 집중됨으로써 「일시적 소화불량」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하반기엔 분당·일산을 비롯, 평촌(안양·산본(군포)·중동(부천)등 수도권 5대 신도시에서 분양될 아파트만도 6만5천 가구에 달한다.
분당시범단지 아파트에서 떨어진 사람들이 다른 신도시로 몰려간다면 미분양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분당 수요자들과 일산 및 다른 신도시 수요자들의 성향이 다르고 또 분당과 같은 열기가 다른 곳으로 그대로 옮겨간다는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그같은 기대는 하기 어렵다.
실제로 신도시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대형업체 관계자들도 내년 하반기 중에는 수도권 아파트의 미분양 사태를 점치고 있다.
이들은 부동산 경기라는게 워낙 변덕스러워 아파트공급이 늘어 집 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일 때는 주택가수요가 급락, 예상치 못한 미분양사태가 벌어지는 것이 과거의 경험이라고 말한다.
5대 신도시의 공급물량은 하반기 중, 특히 10∼12월에 집중되는 것으로 계획돼있어 그같은 가능성은 한층 높다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또 부동산 경기 사이클로 볼 때도 내년은 침체 국면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4∼6년 주기의 국내 부동산경기는 80년대 초 극심한 불황을 겪은 후 85∼86년에 다시 침체의 늪에 빠졌으며 90년대 초에 그같은 불황이 다시 올 것이라는 얘기다.
국토개발 연구원의 이규방 박사는『전반적인 경기하락에 의한 가계자금의 압박과 분양가자유화조치에 따른 물량공급 확대 등을 감안할 때 내년 하반기부터는 부동산 경기가 위축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시세전망>
먼저 기존 주택의 경우 신도시 계획 발표 직전인 올4월말 시세를 정점으로 하향안정세 또는 약보합세를 지속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격변동이 가장 민감한 아파트의 경우 지난4월 이후 지금까지 적게는 몇백만원에서 최고 5천만∼6천만원씩 값이 떨어진 상태.
건설부가 지난 9일자로 조사한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잠원동 47평형 한신 공영 아파트는 4월 하순 2억8천만원에서 2억2천만으로, 가락동 46평형 현대아파트는 2억3천만원에서 2억원으로, 상계동 31평형 주공아파트는 8천만원에서 7천만원으로 각각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상황에서 내년 하반기부터 서울의 주택수요자를 겨냥한 신도시 물량이 대량으로 쏟아질 경우 아파트 값 하향세는 지속되리라는 예측이다.
아파트 값이 약세에 머물 경우 단독 및 연립주택 값도 내림세를 보일 것이라고 부동산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신규로 공급되는 아파트는 신도시의 경우 평당분양가가 1백80만원 수준을 유지할 것이므로 주변시세보다 싸다고 생각하는 실수요자들로부터 일정한 인기는 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도 변수는 있다. 당첨받은 사람이 그 집에 직접 들어가 살도록 관계법령이 개정됨에 따라 주거용이 아닌 투자수단으로서의 아파트 기능은 크게 제약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점 및 대책>
신도시사업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주택정책이 물량 확대를 통한 가격안정이지만 앞에서 살펴본 대로 미분양사태가 나면 그같은 계획은 차질을 빚을 우려가 크다.
이에 대비해 정부는 부동산경기와 물량 공급의 상관관계를 충분히 고려해야한다는 소리가 높다.
또 전반적인 경기침체에 따라 예상되는 일반가계의 자금난에 대해서는 현행의 주택 금융제도를 보다 활성화,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주택건설에 필수적인 골재·철근 및 콘크리트 파일 등 건자재 수급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투기억제 대책도 일관되게 밀고 나가야 한다는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심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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