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하 핵실험 추진설 - 한·미 정부 당국 판단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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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에서 찍은 북한 영변 핵시설

"이상 징후는 있으나 핵실험을 준비하는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

북한의 핵실험 추진설에 대해 한.미 양국 정부는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 한국=정부 당국자들은 18일 미 ABC방송의 보도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확인도, 부인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함북 길주군의 핵실험 의혹 시설 인근 지역에서 대량의 케이블이 목격됐고, 북한에서 핵실험과 관련된 통신 내용이 수집됐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케이블 발견이 통상적인 군사훈련과 관련된 것으로 볼 수도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군사훈련을 하는 데 케이블을 쌓아놓을 필요는 없지 않으냐"며 이상 징후임을 시인했다. 케이블은 핵실험 관측에 필요하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작은 움직임이 핵실험 준비로 곧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이) 핵실험 시설로 의심할 수 있는 여러 곳을 감시하고 있지만 그곳이 핵실험장이라는 명확한 근거는 없으며, 핵실험은 지하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사전 포착이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미국과의 직접적인 협상을 위해 미사일 발사보다 강력한 행동을 해야 한다고 오판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고, 케이블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지역이 핵실험에 적당한 장소라는 점에서 북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미국=백악관이나 국무부에서는 '정보사항'이라는 이유로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 미 고위 관리들의 말은 엇갈린다. ABC.CNN은 "핵실험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관리들의 말을 보도했다. 그러나 AP.로이터 통신은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쪽으로 보도했다.

미 관리들의 관측이 다른 것은 북한에 관한 정보가 부족할 뿐 아니라 입수한 정보에 대한 정확한 분석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 정보 당국이 북한 핵실험 장소로 의심할 만한 곳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감지한 것은 사실이나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 수집 및 분석 작업이 진행된 건 아니다"고 말했다. CNN도 "북한의 상황 전개가 아직은 미미해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ABC는 북한의 움직임과 관련, "북한이 미 첩보위성의 시선을 끌기 위해 연극하는 것일 수 있고, 아니면 전혀 다른 장소에서 핵실험을 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측은 북한에 핵실험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한 관계자는 "북한이 극도로 도발적인 행위를 한다면 전 세계의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언 기자,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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