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깊이읽기] 한국사에 영향 끼친 72명의 나쁜 일본인, 착한 일본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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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뱀을 싫어하듯 일본인들은 뚜렷한 이유도 없이, 모두, 무조건 싫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의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 사는 게 어디 그런가. 일본인 중에도 악한 왜놈, 나쁜 쪽발이만 있는 것은 아닐 터다. 착한 일본인, 고마운 이웃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우리 근현대사에 끼친 영향력을 기준으로 그런 다양한 일본의 얼굴을 보여준다. 정한론(征韓論)의 기수 사이고 다카모리에서 1970년대 서울에 머물며 민주화운동을 성원했던 사와 마사히코 목사까지 유무명의 일본인 72명의 삶과 사상이 담겼다.

이중 눈길을 끄는 것은 6대 조선총독을 지낸 우가키 가즈시게. 종전 후 참의원까지 지낸 그는 "한국 농민의 생활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심초사했던, 유례없는 명총독이었다"고 자부했지만 실은 "제국의 생존을 위해서는 침략적이라는 세계의 비판 따위는 예사로 받아야 한다"던 제국주의 확신범이었다.

이 책은 원래 일본에서 출간된 '한국.조선에 영향을 끼친 36명의 일본인'과 '36명의 일본인, 한국. 조선에 대한 눈길'을 합본한 것. 두 책은 당초 일본의 침략사실도 모르고 한국인의 대일 감정을 의아해하는 일본인들에게 실상을 알리려는 의도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일본인의 눈으로 한일관계를 보았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의가 있다. 예컨대 65년 한일조약을 앞두고 일본에서는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 사죄보다는 오히려 한국에 남은 일본인 재산권 회복 주장, '퍼주기식 지원'반대가 무성했다는 점은 놀랍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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