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위한 세밑 무료음악회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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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입시에 지친 수험생 여러분을 음악회에 초대합니다.』『예술의 전당 가족 여러분을 모두 초대합니다.』입시에 찌들었던 청소년들이나 그 가족들에게 차분하고 즐거운 한 때를 선사하겠다는 무료 공연 안내문이 곳곳에 나붙어 스산한 세밑을 푸근하게 녹여주고 있다.
예술의 전당은 크리스마스 축제 음악회(23일 오후7시·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 회원가족동반 입장권을 무료로 배부하고 있고 세종문화회관과 (주)성음은 공동으로 청소년을 위한 정기 레코드 음악 감상회(30일 오후3시·세종문화회관 소 강당)를 가질 예정이다.
이에 앞서 서울시 소년소녀 교향악단은 20일 수험생 초대 연주회를 세종문화회관 대 강당에서 가겼고, 세진 문화회는 춘천에서 클래식 음악 감상회를 열었다.
이들 음악회는 모두 무료로 청소년들과 그 가족에게 부담없이 건전한 문화공간을 제공 한다는데서 긍정적 반응을 얻고있다.
한편 매달 세번째 토요일 오후 무료로 열리는 제 3토요 음악 감상회(아남전기와 예술의 전당 공동주최·예술의 전당 리사이틀 홀)와 청소년 음악회(서울 음반 주최·국립 극장 소극장)도 가요와 팝송에 탐닉하기 쉬운 청소년들의 고전음악 이해에 도움이 되는 공연이다.
그러나 서울시립 교향악단이 문학 촉매운동의 일환으로 지난 2일 시작해 앞으로 매달 열겠다고 발표한 무료 토요 음악회는 이례적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평론가 박용구씨를 비롯한 공연 예술 관계자들은『초대권 남발이 한국 공연예술의 제자리 잡기에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터에 평소의 정기 연주회와 별로 다름없는 연주회를 무료로 여는 것은 공연예술의 질서를 크게 해치는 무분별한 일』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성악가 김 모씨도『시립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지하철역 공연이나 각종 야외공연 등을 통해 일반시민들과 가까워지려는 것은 얼마든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정식 연주회와 거의 같은 공연에 단지「공짜」라는 미끼로 시민들을 불러모으려는 시도야말로 기획력의 빈곤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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