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연극교류 특별위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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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민간극단의 북한 연극인 초청에 대한 정부의 승인(20일)이 나는 등(본보20일자2면 참조)80년대를 마감하면서 남북 연극교류의 토대가 마련돼 90년대 남북연극교류의 전망을 밝게 해 주고 있다.
그러나 연극을 포함한 공연 예술의 남북교류가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아직 해결해야 할문제가 많다.
우선 우리측의 초청을 북한 연극인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지가 미지수다. 또 설사 북측이 초청을 받아들인다해도 우리측이 순수 연극의 민간차원 교류를 주장하는데 비해 북측은『꽃 파는 처녀』나『피바다』등 정치색 짙은 선전물의 공연을 고집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남북 교류가 실현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대화가 필요하다.
다만 남북연극 교류의 단초가 마련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고 바람직한 일로 국내 연극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한편 북한연극인 초청에 대한 정부승인이 나기 앞서 한국 연극협회(이사장 권오일)는 지난 18일「연극의 북방교류」를 주제로 제21회 심포지엄을 갖고 90년대 연극의 남북교류 및 공산권과의 교류문제를 토의했다.
이날 연사로 나온 극작가 노경식씨는「연극의 남북 교류에 대한 제언」이란 발표를 통해『가칭「남북 연극 교류 특별위원회」를 상설기구로 남북한에 설치, 남북 연극교류의 제반문제점을 토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또『북한과의 정치적 관계가 어려운 만큼 중국의 연변이나 소련의 사할린·타슈켄트 등지의 교포들과 우선 연극 교류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구체적으로 내년에 개설될 서울 연극제에 이들 교포극단을 초청한 뒤 북한의 개방화를 유도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씨는 공연될 작품의 주제와 내용도 체제 옹호적이기보다는 통일 지향적인 것이 바람직하며 그 예로 인간성에 바탕을 둔 휴머니즘작품이나 분단과 이산가족의 아픔을 묘사한 작품이 좋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연극의 본격적인 교류에 앞서 남북 연극인들이 상호방문을 통해 서로의 작품을 감상·토론하며 궁극적으로 공동 창작 등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두번째 연사인 김의경씨(극작가·현대 극장 대표)는 「한국 연극의 북방정책」이란 발표에서 『공산권국가가 대부분 ITI(국제 극예술 협회)회원국인 만큼 우선은 이를 통해 정보수집을 하는 일이 중요하지만 역시 연극제 교환참여 등 상호방문을 통한 정보수집과 교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씨는『공연교류에 있어 우리는 아직 아마추어 단체임을 인정하고 전문인력에 의한 에이전트 업무나 연극제조직 사무국 등을 상설화해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연극 국제교류의 활성화에서 북방교류는 당연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하고 우리도 이제는 자신감을 갖고 국제교류를 주도해 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노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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