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 예상보다 빠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내수.투자.수출 등 핵심적인 실물경제 지표에 일제히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경기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둔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내수 경기와 밀접한 유통업체들의 매출 증가율은 5월부터 계속 낮아지고 있고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여건도 사상 최악으로 나빠졌다. 또 올해 기업들은 당초 계획보다 설비투자를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경기가 본격적으로 하강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도 17일 "7월 경기지표가 부진하게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 수출은 질보다 양=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순상품교역조건지수(2000년=100)는 사상 최저치인 72.5를 기록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단가지수를 수입단가지수로 나눠 100을 곱한 수치로 한 단위의 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물량을 뜻한다. 이 지수가 급락한 것은 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입단가지수(125.8)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수출단가지수(91.2)는 가격경쟁 탓에 2004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기업들이 일부 이익을 낼 수 있는 것은 수출 물량을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사상 최악을 기록한 교역조건을 수출 물량 증가로 만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 백화점.할인점 매출 위축=산업자원부의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백화점 매출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은 3%로 6월(7.1%)의 절반 이하로 낮아졌다. 4월엔 8.2%에 달했으나 5월 이후 계속 낮아진 것이다. 고소득층이 지갑을 열지 않은 데 따른 현상으로 분석된다.

대형 마트의 지난달 매출 증가율도 0.5%에 그쳤다. 4월(3.1%)을 정점으로 낮아지면서 전월(0.9%)의 절반 수준에 머문 것이다. 고객 수도 백화점(-5.5%)과 대형 마트(-4.0%) 모두 감소했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집중호우의 영향을 감안해야겠지만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설비투자는 계획보다 부진=산업은행이 국내 150개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06년 설비투자 동향'에 따르면 올해 기업 설비투자 규모는 전년보다 7.7% 증가한 65조8000억원으로 전망됐다. 이는 연초 투자계획 대비 1.5%포인트가량 줄어든 것이다. 건설경기의 부진으로 비제조업 분야가 당초 계획보다 설비투자를 5.1%가량 축소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상반기 설비투자 진척률도 43.3%를 기록해 지난해 46.8%에 비해 하락했다.

김동호.최준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