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협에 "회오리"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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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수배중이던 전대협 의장 임종석군(23·한양대 무기재료4)이 18일 오전 경찰에 붙잡힘에 따라 임 군의 그간 도피·은신경로와 임수경양의 파북경위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공판이 진행중인 임 양의 평축참가에는 평축준비위원장 전문환군(23·서강대4)과 박종열 전대협 정책실의장(24)등도 관련돼 있지만 모두 수배중이어서 임 군에 대한 조사결과는 임 양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경찰의 끈질긴 추격에도 불구하고 3백9일간이나 도피생활을 해왔던 임 군이 붙잡힘에 따라 전대협3기는 사실상 막을 내렸지만 전대협측은 『11월 각 대학 총학생장 선거를 마친 뒤여서 별다른 조직의 누수현상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있다.
하지만 2학기선거에서 비운동권과 민중민주파(PD계열)의 부상으로 상당한 타격을 받은 데다 공안당국이 임 군을 「이적행위자」라고 공언하고 있어 조사결과에 따라서는 전대협 관계자들의 대량구속사태 등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수배=임 군은 2월13일 서울여의도 농민시위와 관련, 수배가 내려진 뒤 한동안 공식집회에도 참가해 시위를 주도했으나 6월 임수경양의 파북사실이 밝혀져 경찰이 일제수사에 나서자 자취를 감췄다.
경찰은 임 군과 평축준비위원장 전문환군, 전대협 부의장 문광명군(23·서울대4)등 3명에 대해 각각 1계급특진과 현상금 5백만원씩을 내걸었고 특히 임 군에 대해서는 치안본부에 임 군 검거특별수사대까지 설치하고 경찰 연인원 12만8천여명을 동원, 검거를 독려했으나 임 군은 경찰의 추적을 피해 계속 기자들과 만나며 전대협의 입장을 밝혀왔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경찰이 『상대적으로 온건한 임 군을 안 잡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도 했다.
◇행적=수배된 3백9일동안 임 군의 행적은 한마디로 신출귀몰이었다.
임 군은 수배를 받으면서도 공주·부산·서울 등 전국주요도시에서 기자들에게 임 양 파북경위·동의대사태 공판·전대협의 향후방향 등에 대해 입장을 밝혀 시민·학생들 사이에서 화제가 돼왔었다.
11월2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임 군은 『가벼운 변장은 하지만 여장을 한 적은 없으며 장기간 잡히지 않은 것은 현정권에 분노하는 학생·시민들의 도움』이라고 말했다.
임 군의 도피가 길어지면서 일부에서 학생운동대표인 임 군이 화제에 자주 오르고 「영웅시」하는 풍조까지 있다는 사실이 공안당국을 더욱 괴롭게 해왔었다.
경찰은 임 군이 부산·광주 등 지방도시에서 새벽열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기자회견을 갖고 곧바로 다른 도시로 잠적하는 방법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전대협의 진로=전대협측은 『학생운동이 의장 한명 구속으로 와해되던 시기는 지났으며 11월 학생회장선거를 마친 뒤여서 내년 3월의 제4기 전대협 출범은 아무 지장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임 군이 당초 약속대로 임수경양 귀환즉시 「신변정리」하지 않은 것도 『공안당국이 임 의장을 조총련과 연관시켜 전대협 전체를 해외이적단체의 지시를 받는 좌경세력으로 몰려 한다』는 위기감 때문이지 임 의장이 없으면 전대협이 무너질 것을 걱정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전대협은 이미 차기의장까지 내정한 상태여서 실제로 임 군 검거가 내년 운동권지도부에 끼칠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사결과에 따라서는 최근의 공안정국이나 비운동권 부상 등과 맞물리면서 『운동권에 대한 회의나 비난분위기』로 연결될지도 모른다는 것이 전대협측의 고민이다. <김종혁기자>

<임 군 일문일답>"혼자서 행동…가족·친구 만날 수 없어 불편"
임종석군은 『경찰서에서 기자여러분을 만나니 안 반갑다』고 여유를 보인 뒤 『5공청산은 노태우 대통령의 퇴진에서 출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임 군은 또 『내가 붙잡힌 이후에도 학생운동권은 우리 나라 전체운동권의 단결에 힘쓰고 남북통일 문제에 대해 계속 투쟁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KBS와 회담 때 하려던 회견내용은.
▲올해 전대협이 추진한 남북통일운동에 대한 성과와 앞으로 전대협의 통일정책에 대해 발표하려 했었다. 또 노 대통령이 스스로 밝힌 것처럼 자신이 5공핵심의 한사람이므로 현정권 퇴진에서부터 실질적인 5공청산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내용과 5공청산은 여야타협이 아니라 국민들이 이루어야할 과제라는 내용이었다.
―도피중 무엇을 했나.
▲각종 회의와 전대협지부 순례도 하는 등 해야될 일을 하면서 꼭 필요한 곳에는 대부분 있었다.
―도피중 가장 불편했던 점은.
▲가족·동료 등 만나고 싶은 사람이나 보고싶은 것을 만나지도 못하고 보지 못한 게 가장 안타까웠다.
―전문환군과 함께 도피했나.
▲함께 행동하지 않았고 주로 혼자 행동했다.
―차기 전대협에 남길 말은.
▲90년 청년학생운동의 양대 과제는 운동의 대중화와 전체운동권의 통일·단결이다. 학생대중의 일상적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한국전체 운동권의 통일 단결에 청년학도들이 힘써줄 것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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