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에 "폭탄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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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서울 소공동1 롯데백화점에 현금 3억원을 요구하는 협박편지와 함께 뇌관이 없는 산업용 다이너마이트(일명 떡) 1개씩이 동봉된 소포 4개가 두차례에 걸쳐 배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호민동지회 명의로 서울중앙우체국 소인이 찍힌 이 등기소포는 4일과 8일 롯데백화점 대표이사·그룹기획조정실장·안전기획실장·영업총괄실 앞으로 배달됐으며 「중소기업착취 및 사치조장 사기세일에 의한 악덕영업에 관한 경고 및 응징처단에 관한 통고문」이란 제목으로 전동 타자된 두장짜리 협박편지에는 『15일까지 현금 3억원을 제일은행 동대문지점 「백인회」구좌로 송금하되 이를 어기면 롯데호텔의 객실을 제외한 부대영업시설을 내년 연말까지 30차례에 걸쳐 동봉한 다이너마이트와 콤퍼지션 폭약을 1백g씩 사용, 폭파하겠다』는 내용이 동봉돼있었다.
협박편지에는 또 『이같은 응징과 함께 입주 중소상인들에 대한 착취상황과 비도덕 영업행위에 대한 모든 사실, 앞으로의 응징방법을 언론기관 및 소비자에게 알려 홍보하겠다』는 내용도 적혀있었으며 롯데그룹직원 중 자신들의 회원이 재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소포에 동봉된 5개항으로 된 호민동지회 약식규범에는 「호생민안」 「민적제거」라고 돼있는 직인이 찍혀있으며 ▲민생에 해악을 끼치는 악덕기업 응징이 목적이다 ▲악덕 부동산투기자는 민생의 적으로 간주, 제거한다 ▲제조업체는 종업원 생계수단 보호차원에서 대상서 제외된다 ▲중소기업 착취조장업체를 처단해 서민의 마음을 통쾌하게 해준다 ▲악덕업체로부터 추징금을 받아내 불우한 이웃에게 배분한다는 내용으로 돼있다.
이들은 또 자신들의 모임이 어떤 경우에도 사리사욕을 위해서나 정치적 목적에 사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5일 롯데백화점측으로부터 신고를 받고 형사 4명으로 전담수사반을 편성하는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지문감식과 다이너마이트에 대한 감정 등을 의뢰했다.
경찰은 협박문의 문체가 세련돼있고 롯데그룹의 내부사정을 잘 알고있다는 점을 중시, 최근 롯데에서 퇴직한 사람들 중 원한을 가질만한 사람들을 상대로 수사를 펴고있다.
당초 이 소포는 일반편지봉투에 협박문과 다이너마이트를 동봉한 채 전동타자기로 수신인과 발신인을 찍어 보냈으나 1차 감식결과 특이한 지문은 채취하지 못했으며 1만원이 입금된 온라인통장 개설자도 가상인물인 것으로 밝혀졌다.
범인이 보낸 가로5㎝ 세로6㎝ 크기의 다이너마이트 4개는 뇌관만 부착될 경우 살상용까지 갖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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